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 교육감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 교육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첫 수능인 1994학년도 시험이 치러지고 꼭 30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고3이었던 수험생들이 1975년생이었으니 그들은 벌써 쉰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되었을 것이고, 어쩌면 긴장된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고3 자녀의 뒷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학부모일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의 수능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한 행사가 또 있을까. 전 국민의 출근 시간이 1시간 늦춰지고, 영어 듣기평가 시간엔 비행기조차 뜨지 않는다. 100일 전부터 교회는 수능 특별 새벽기도회를 개최하고 사찰엔 합격 기원문이 빼곡히 적힌 수백개의 등이 밤마다 불을 밝힌다.

올해 강원도의 재학생 응시자는 9204명으로, 전년보다 437명 줄었고, 졸업생은 261명 늘어난 2551명이다. 재수를 기피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전년 입시가 살짝 아쉬웠던 대학 신입생들의 소위 반수(半修)가 늘어난 추세로 조심스럽게 분석한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미 30일 전부터 안전한 수능을 치르기 위한 수능 총력 지원 태세에 돌입했다. 올해 도내에 설치되는 수능 시험장은 44개이며 수험생들은 551개의 교실에 나뉘어 시험을 치른다. 도교육청은 합동점검, 특별점검 등 무려 4단계에 걸쳐 시험장을 점검하고 준비해 왔다. 화재의 우려는 없는지, 소음으로부터는 안전한지, 듣기평가를 대비한 앰프나 스피커며 갑작스러운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 전원장치까지 꼼꼼하게 점검한다. 심지어 매년 수능일마다 옥상에 찾아와 울어댄다는 까마귀 떼에 대비할 작전도 미리 짜 놓았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으로 바뀐 첫해에 수능을 보는 우리 수험생들은 더 특별하고 더 좋은 점수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도 요즘 부모 심정이 되어 기도를 한다. 안전한 수능을 준비하는 우리 교육청 전 직원들도 수험생들이 무탈하게 자신의 실력을 시험장 안에서 마음껏 펼치길 소망하며 같은 마음으로 염원할 것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경륜과, 교직에 종사한 38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도내 수험생들에게 세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첫째, 수능은 단 한번의 시험이지만 12년간 학교에서 배운 모든 학습 경험의 총체이다. 점수는 결코 운에 의해서 잘 나오고 못 나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부터 마치는 시간까지 정말 진지하게 문제지를 마주하길 바란다. 혹여나 수시에 이미 합격하여 수능 성적이 불필요하다 하더라도 자신이 쌓아온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생각하고 성의껏 응시하기를 당부한다.

둘째, 이번 수능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마지막 기회는 절대 아니다. 설령 시험을 잘 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우리 인생에는 얼마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절대 낙망하거나 좌절하고 꿈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끝으로, 그간 지도하신 선생님이나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제자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내 놓고 교문을 떠나지 못하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한다. 수험생 자녀의 온갖 짜증과 스트레스를 다 받아주시며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도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시험이 끝난 후에, 감사의 마음과 표현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3일 도교육청에서는 2024 수능 수험생 응원행사를 갖는다. 청사 외벽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시험이 끝날 때까지 게시하며 수험생을 격려할 예정이다. 모쪼록 1만2179명의 우리 수험생들이 교육청에 걸리는 응원문구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너는 한 사람. 너 자신을 빛내라”처럼 자신을 마음껏 빛내는 축제의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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