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원도심 상권 활성화 전문가 토론회

▲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23일 춘천 바이오 산업진흥원에서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회장, 육동한 춘천시장과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영
▲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23일 춘천 바이오 산업진흥원에서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회장, 육동한 춘천시장과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영

춘천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춘천의 특성을 발굴, 외부에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요커나 런던사람처럼 춘천사람의 특징을 내세우면 이를 중심으로 인구를 유입하고 춘천만의 도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대중교통을 수익이 아니라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 원도심을 중심으로 교통망을 확충해 청년들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원도심을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이나 문화,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원도심에 거주하고 있는 고령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춘천시와 강원도민일보가 마련한 ‘춘천 원도심 상권 활성화 전문가 토론회’ 내용을 싣는다.

기조강연1. 더 행복한 로컬, 원도심을 살리는 5대 영양소
“일자리 창출·교통망 확보 등 정주여건 개선 필요”

정석 서울시립대교수

도시문제는 우리 몸의 건강을 돌보는 것과 똑같다. 병이 난 원인을 알면 된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개발은 속도를 강조했다. 이를 위한 강력한 중앙집권, 그리고 결과만을 중시했다. 대도시·대기업 중심의 육성이 이뤄졌다. 이 생각의 저변에는 낙수효과가 있었다. 실제로는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대기업과 대도시는 맨 윗 잔을 계속 더 큰 잔으로 교체했다. 결국 편중·불균형이 심화됐다. 이제는 강한 곳을 키울게 아니라 약한 곳을 키워야 한다. 신도시를 그만 만들어야 한다. 일년에 백만명씩 탈 수도권을 해 지역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는 어차피 줄게 돼 있다. 밖에 있는 산토끼가 아니라 집토끼(지역인재)를 먼저 챙겨야 한다. 원도심에 일자리를 만들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원도심에 오면 자차가 없을 경우 고립된다. 교통망도 확보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수익이 아닌 복지로 봐야 한다. 개발시대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지인이 이 지역에 적응하고 뿌리를 내리고 살도록 돌봄행정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기조강연2. 로컬의 변화를 만드는 원도심
“춘천만의 라이프스타일 찾아 지역가치 제고”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장

지역소멸 시대다. 인구 감소는 선진국에서 다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그 폭이 급격하기에 더욱 문제다. 지역인구의 사회적 감소 역시 문제다. 국내 인구의 52.65%가 수도권에 집중해있다. 지역에서 아이를 낳아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지방이라는 말이 익숙하겠으나 지방은 서울을 중심으로, 나머지를 전부 변방으로 보는 개념이다. 로컬은 종속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의 고유 습성이나 기질을 더 강조한 개념이다. 그렇기에 춘천 안에서도 여러개의 로컬이 있을 수 있다. 로컬 이야기를 할 때 라이프스타일이 빠질 수 없다. ‘뉴요커’나 ‘런던사람’처럼 ‘춘천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를 발굴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우리 도시, 동네의 사람들이 가지고 오는 기질이나 태도가 있다. 로컬브랜딩을 해야 한다. 외부 사람들이 선택하는 도시, 내부 사람들이 자부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춘천이 살기 좋은 도시는 아니다. 사회안전지수를 보면 189개 도시 중에 125위에 불과하다. 반면 살고 싶은 도시를 물으면 항상 순위권에 들어간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춘천에서 사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 이유를 원도심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례 발표. 그 도시에는 마음 둘 곳 있나요
“빈집 임대 지역 커뮤니티·문화예술공간 조성”

변애리 춘천문화재단 문화기획팀 과장

춘천문화재단은 2020년부터 춘천 내에 있는 빈집을 빌려서 시민 커뮤니티 공간과 문화예술활동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빈집을 매입하거나 철거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으로부터 7~10년 동안 장기임대해 리모델링비용으로 임대료를 대신한다. 임대가 종료되면 주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3년간 조성한 공간은 총 8곳이다. 후평동, 만천리, 효자동 등 다양하게 분포돼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후평동 신성교회 뒤에 있는 ‘모두의 살롱(후평)’과 강원대 정문에 ‘기록장’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해당 공간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이용횟수는 3519회, 이용인원은 2만6408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2023 대한민국 공간복지 사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버려진 공간이 도시의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공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원춘천의 원도심은 접근이 불편하다. 나 역시도 차를 가지고 가게 된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필요하다. 접근성이 용이해진다면 원도심에 머무는 사람도 많아져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토론 “고령층 지원·청년 유입 마스터플랜 수립을”
원도심 활성화 장기적 계획 필요
중앙시장 경쟁력↓재건축해야
봉의산 인근 빈집 활용 문화 창출
노인복지·교육 인프라 부족 심각
도시재생 시 타깃층 설정 고민을

◇좌장 △안동규 한림대 교수

◇토론 △김영배 시의원 △이선영 시의원 △조선재 강원춘천소비자연맹 회장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김영배=“도시재생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낙후됐다는 뜻이다. 사실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토론회 주제가 ‘원도심 상권 활성화’여서 기대를 하고 왔는데 아무도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캠프페이지는 비단 소양동, 근화동 만의 문제가 아니다. 춘천 전체의 일이다. 여기를 어떻게 잘 개발하느냐에 따라 우리 춘천의 미래가 달려있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려고 한다. 도쿄도 원도심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기존의 옛 것을 보존하느냐, 아니면 싹 드러내고 다시 개발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엄청나게 했다. 무려 12년 동안 주민들하고 계속 회의를 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전부 새로 만들기로 했다. 새로 싹 만드니 상권도 부활하고, 사람도 찾아오고 원도심 활성화가 자동으로 됐다고 한다. 나도 이 자리에서 제안을 하려고 한다. 지금 중앙시장이 경쟁력이 없다. 중앙시장을 전부 재건축하고, 지하에 교통망을 구축하면 원도심이 살아날 것이라 생각한다.”

△이선영=“내 지역구가 원도심이다. 면적은 넓으나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 아이들보다 어르신이 더 많아지는 동네다. 지역구를 갈 때마다 주민분들의 아픈 소리를 듣고 있다. 상당히 속상하다. 요즘은 원도심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발표를 준비하며 알아보니 교동의 경우 0세부터 9세 아이가 100명이 넘지를 않는다. 심각하다. 어르신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그렇다 보니 인구대비 어르신들이 월등히 많아 이들의 복지가 문제가 된다. 춘천에 복지관이 몇 곳 있는데 정작 원도심에는 복지관이 없다. 결국 자기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간다. 어르신은 많은데 혜택은 못 받고 있다. 또 하나 교육도 문제다. 춘천에도 신도시가 있다. 퇴계동, 강남동 이 쪽이 신도시다. 그 쪽은 교육 인프라가 잘 돼 있다. 원도심은 학원 버스도 안 온다. 학부모들은 학원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

△조선재=“다들 좋은 말을 해줬지만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 수 있게 할 것이냐, 아니면 연령층이 좀 높은 사람들이 살 것이냐에 따라 조건이 다르다. 고령자와 젊은이가 살기 좋은 도시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 연령이 높지만 경제력은 있는 이들을 겨냥한다고 할 때 춘천에 부족한 것은 레저와 의료다. 지금 원도심에 거주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어느 연령층을 겨냥해서 원도심을 살릴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활동력 있는 사람들이 와야 한다.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려면 굉장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문화, 정주여건 등이 마련돼야 한다.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 원도심 재생이 이뤄져야 한다.”

△천남수=“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왜 원도심이 예전과 같이 활성화되지 못하는지, 도시재생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실질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는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번개시장 등 원도심 상권을 가보면 나름대로 노력도 하고, 지역주민과 같이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나 이것이 즉시 성과로 나타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 캠프페이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도청이 옮기고 나면 중앙시장 등 원도심 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원도심 개발에 대한 명료한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의 참여도를 어떻게 높이지도 고민해야 한다. 타깃층을 하나만 정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원도심에 대한 교통망 구축도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안동규=“춘천사람이라 불려진 지 34년이 지났다. 인생의 반 이상을 춘천에서 살았고, 원래 고향에는 부모님도 안계시기 때문에 이제는 춘천이 고향인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을 이향민이라고 한다. 한림대에서 보직을 역임 하다 보니 시의원들과 만나기도 했다. 한림대가 교동에 있는데, 교동을 좀 바꿔보자는 아이디어였다. 봉의산 자락 밑으로 중요한 게 다 있다. 도청, 시청부터 해서 한림대가 다 봉의산 밑에 있는데 이곳에 문화가 없다. 겨울연가에 나왔던 준상이네 집이 지금은 사라졌다. 이런 것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주변 집들까지 해서 빈집을 몇 곳만 개발해도 동네 전체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이야기 해야 한다. 당장 나오는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더 움직이고,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정리/정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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