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 가져다준 노력을 대신할
끼와 당당함·자기표현이 요즘 아이들 장점

▲ 서기성 교육정책연구자문그룹 ‘오늘’ 대표·양양교육지원센터 장학사
▲ 서기성 교육정책연구자문그룹 ‘오늘’ 대표·양양교육지원센터 장학사

요즘 아이들에 관해 이야기하면 걱정할 게 많은 것 같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도 ‘요즘 것들’의 버릇없음을 탄식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하고, 기원전 1700년 수메르의 점토판에도 ‘요즘 애들’을 나무라는 말이 있다고 하니, 애들 걱정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가 보다.

게다가 스마트폰 들고 사는 아이들을 보면 저러다 전두엽이 망가져서 분노조절이 안 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게임하느라 낮밤이 바뀌어 학교를 제 방 삼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걱정이고, 시곗바늘처럼 학교와 학원만 오가는 아이들을 보면 정서적으로 힘들지 않을지도 걱정이다.

‘결핍’이 결핍된 시대다.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 거인을 이기는 기술’에서 부자 부모들의 걱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부모들은 결핍을 통해 노력하고, 인내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자수성가했는데, 풍요로운 집에 태어나 아무런 결핍을 모르는 아이들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의 아이들은 물질적 결핍에 있어서 내가 살았던 시대와 다르다. 모든 여건이 풍요롭고, 넘쳐나는 시대다. 작은 학교는 과외 수준의 교육을 무료로 받는다. 심지어는 장학금을 주면서 모셔 오려는 시대다. 이런 풍요가 과잉 권리, 과잉 교육이 되어서, 배움에 대한 간절함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정서적 결핍을 가속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었다.

최근 요즘 아이들의 예술제를 다녀왔다. 감동하고 왔다. 무대 위에서 주눅 들지 않는 아이들을 봤다. 주눅은 고사하고 무대를 마음껏 즐기는 아이들을 봤다. 우리 시대에 생각지도 못했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아이들을 봤다.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치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숨은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제만이 아니다. 최근 교육청 독서 관련 대회에서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주눅은 고사하고,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자유로움을 봤다. 결핍된 시대를 경험한 나 같은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끼다.

‘결핍’의 결핍이 걱정스러운 줄만 알았더니, 구김 없이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나 보다. 간절함이 가져다주는 노력을 대신할 끼와 당당함, 자기 표현이 요즘 아이들의 장점인 것 같다. 괜히 ‘결핍’된 시대를 살았던 나의 기준으로 요즘 아이들을 걱정했나 보다. 걱정은 그만하고 아이들이 끼와 당당함을 마음껏 펼치도록 자리를 넓게 깔아줘야겠다. ‘결핍’의 결핍을 단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풍요’의 장점을 보는 ‘발상의 전환’이 나로부터 시작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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