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릉 경포호 대형화재
도시산불 대책 마련 요구
산림법 보다 국토법 근거한
방화지구 등 상시적 대책을

▲ 김경남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경남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수년간 도내 산불이 대형화, 도심형으로 변하고 있다. 2019년 4월 4~6일 고성·속초 2831㏊ 소실, 2020년 5월 1~2일 고성 160㏊ 소실, 2022년 3월 4일~5일 강릉·동해 4320㏊ 소실, 2023년 4월 11일 강릉 난곡동 379㏊ 소실이 그것이다. 원인은 전선합선, 주택화재, 방화, 전선단락이었다. 모두 강풍을 동반한 탓에 산림 외에 건축물이 수십 채씩 소실됐다.

한반도는 봄, 가을 기압이 남고북저로 배치되면 두 기압대 사이로 남서풍이 인다. 평균 해발고 900m에 달하는 태백산맥 마루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대기온도가 낮아지고 고도 1.5~3㎞ 구간에는 그 상층부보다 온도가 낮아지는 기온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 구간을 기온역전층이라 한다. 산정상과 역전층 사이, 900m~1.5㎞에 형성된 좁고 넓은 통로를 따라 푄현상으로 건조해진 편서풍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태풍급에 이르는 강풍이다.

실화와 방화 또는 사고로 발화(發火)되면, 불씨는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을 타고 수십에서 백수십 미터까지 비화(飛火)한다. 확산은 마라톤보다 빨라 방화(防火)와 진화대책을 무력화한다. 그간 한반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공통점이다.

대형산불 피해가 발생하면, 소방과 산림 당국의 대책이 뒤따른다. 진화차량과 인력 그리고 진화헬기 확충이 요구되고 소나무림의 교체와 임도개설 필요성이 뒤를 잇는다. 더 나아가 주택 난연화, 방화수 시설의 설치도 함께 제안된다. 그 대상 범위와 사업 물량이 커 큰 재원이 요구되어 왔다. 단기간에 실행률을 올리지 못한 배경이다.

그간의 대형산불 상황을 분석해 보면 발화와 진화 여건이 상상 밖이었다. 대책을 벗어난 것이다. 2000년 산불 이후 많은 대책이 제안되었다. 국가 기관과 대학 중심으로 진화와 복구라는 틀 속에서 논쟁과 논의를 해왔다. 신기술 신기법적용의 일환으로 AI와 드론 활용 방안까지 나왔다. 넘쳐나는 대책 속에서도 산불은 막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의 산불 대책은 좀 더 실천적으로 되어야 한다. 특히 대비와 진화단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요구된다. 2019년 속초 영랑호 주변, 2022년 동해시 묵호동 주변, 2023년 경포호 주변의 피해 사례를 볼 때 도시산불 대책이 특별히 요구된다. 도내외 전문가들이 지난 6월 ‘강릉 산불포럼’에서 난곡동 피해 현장을 찍은 1만 장의 항공사진을 갖고 실천형 대책 강구에 나서기도 했다.

흔히들 산림법에 근거한 대책을 주장하지만, 국토법의 방화지구, 소방법의 화재위험지구에 준하는 상시적 관리대책이 시급하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이런 제안을 2019년 ‘산불극복 뉴딜 전략’으로 제시했다.

올해 강릉 난곡동 산불을 돌아보니, 이 전략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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