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선짓국을 먹는다
뚝배기 속 우거지가 속을 풀어 주는데
숟가락에 뭐가 걸린다. 못이다
벽에 시래기를 걸어 놓았던 못이
국그릇까지 따라왔다
끓는 물에서 시래기가 우거지로
변신할 때까지 견뎌온 모진 집착
겨울바람이 시래기 타래를 흔들며
벽을 때릴 때 머리채와 어깨 잡아 주던 못
서로 힘들었던 날들을 기억하며
집착이 상처인 줄 알면서도
뚝배기 속 선짓국까지 따라와
우거지가 된 시래기 손을 붙잡고
놓질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