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없이 자란 수잔은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 소녀다. 수잔의 이러한 생각은 백화점에서 ‘산타’로 일하는 크리스의 등장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하려는 크리스의 노력으로 수잔은 사랑과 믿음,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한다. 산타클로스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 1994년 미국에서 탄생한 영화 ‘34번가의 기적’은 성탄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산타클로스에 대한 전설은 영화가 되었고, 영화는 전설에 확신을 갖게 했다. “난 멋진 옷을 입고 선물만 주는 유쾌한 인물로 끝나지 않아요. 아시다시피 난 상징적이에요.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이기심과 증오를 누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상징하는 존재죠.”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는 산타클로스의 정체성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산타와 성탄절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린이들에게 산타는, 겨울에 만나는 친근한 신(神)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핀란드 산타 마을은 로바니에미 시내에서 8㎞ 떨어진 한적한 숲에 있다. 마을에는 산타클로스의 사무실인 산타 오피스와 함께 세계 어린이 정보가 담겨 있는 책들이 소장된 도서관, 우체국, 산타파크 등이 있다. 우체국은 세계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로 가득하다.

매년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은 산타와의 인연이 깊다. 화천 산타 우체국은 화천군과 핀란드 로바니에미시가 지난 2017년 화천에 산타 우체국 대한민국 본점을 설립키로 협약한 뒤 이듬해인 2018년 화천읍에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화천 산타 우체국을 통해 핀란드에 편지가 도착하면 산타클로스에게 전해진다.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각지의 어린이들이 1만 416통의 편지를 보내왔고, 지난달 핀란드 산타 마을로 날아갔다. 크리스마스 무렵, 핀란드 산타 마을로부터 답장이 올 예정이다. 편지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겨울엔 핀란드 산타가 화천을 찾는다. 화천군은 내년 1월 화천산천어축제에도 핀란드 로바니에미시 현지의 산타클로스와 엘프를 초청할 계획이다. 산타가 있는 겨울은 더 빨갛고 따뜻한 계절이 될 줄로 믿는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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