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호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
엄기호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던 시대의 말이다. 식량 확보와 보관이 쉽지 않았던 과거 농경사회가 기아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자, 충분한 식량에 대한 바람이 담긴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농업이 대형 산업으로 발전한 현재도 결식은 존재한다. 어떤 이는 아침에 바빠 식사를 만들어 먹을 시간이 부족하고, 또 어떤 이는 아침식사 대용 간편식의 구매력을 가지지 못한다. 여기에 우리 학생들도 많이 포함돼 있지 않을까?

이렇게 간과되는 아침식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연구결과가 눈길을 끈다. 농촌진흥청과 관련 대학, 한국식품연구원은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청소년 80여명을 3그룹으로 나눴다. 10주간 ‘밥 중심의 한식’, ‘빵 중심의 양식’, ‘아침 미제공’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아침을 먹은 학생들은 학습효과 관련 신경전달물질의 증가, 정서적 안정과 학습능력의 상승, 건강증진의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특별한 점은 밥 중심의 한식을 먹은 학생들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뇌파 안정이완지표는 1.3배, 주의집중력 지표는 1.7배 정도 더 높았다. 아침식사의 중요성과 아울러 밥 중심의 식사는 학생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해 9월 14일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에서 강원쌀 소비전략과 관련한 5분 자유 발언을 통해 강원특별자치도교육감께 도내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발언 내용을 소개하면 “부모들이 바빠 미쳐 챙길 시간이 없거나 학생들이 등교 시간에 쫓기는 등의 여러 이유로 아침 식사를 거르고 등교하는 학생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성장과 체력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성적향상에도 큰 영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 만큼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차원에서 시범 사업을 한 후 강원특별자치도 전역에 확대하여 전국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자”는 것이다.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있다. 강릉교육지원청은 2019년부터 사회복지단체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아 강릉지역 7개 학교 학생 대상 아침식사 제공 사업을 추진했다. 반응이 좋아 2~3년 후부터는 각 학교의 교육복지사들이 사업 확대를 희망했다.

관련 예산이 필요했으나 교육지원청이 적극 나서 지역 사회단체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강릉시 착한의원연합회(회장 김남동)가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해 2023년 기준 강릉시내 12개 학교에서 120여명의 학생들과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아침 식사 형태는 특별한 조리가 필요치 않은 가공식품 형태의 간편식과 샌드위치나 주먹밥과 같은 완전식으로 제공됐다. 만약 도 전체로 확대 지원한다면, 도내 농가의 쌀을 이용한 간편 가공식 위주의 식사 제공이 효과나 영양면, 학생의 기호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학부모들의 부담을 경감하고, 농가를 지원하는 일도 될 것이다.

15만여 명의 도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어렵지만, 이런 사례에서 보듯 사업 추진 의지만 있다면 아침식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기관 및 단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쌀 가공 간편식 위주의 제공을 위해 각 기초 지자체와 예산을 분담하고, 지역 농협 등과 협업을 추진한다면 교육청의 비용 부담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다. 성장하는 학생에게 투자하는 만큼 비용 대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 청소년 학생들의 성장과 건강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면에서 다시 한번 ‘학교 아침식사 제공’을 제안하고자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의원으로서 관련 법·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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