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준비가 한창이던 2018년 1월 21일.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위해 사전 점검차 강릉아트센터를 방문한 삼지연관현악단 현송월 단장은 아트센터 직원이 “커피를 마시겠냐”고 하자, (믹스커피처럼) 섞은 것 말고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했다. 이어 2월 8일 북한예술단 공연 때는 우리 측 인사들과 환담하면서 “강릉 커피가 유명하다고 들었다. 나도 강릉에 와서 커피를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뒤이어 올림픽 기간에 강릉을 찾은 북한의 장웅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도 화제를 낳았다. 동치미 막국수 두 그릇을 뚝딱 비운 그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돈 많이 버시고, 모든 분의 가정에 행복이 깃들기 바랍니다”라는 덕담을 ‘평양 사람 장웅’ 이름으로 남겼다.

느닷없이 북한 인사들과 관련된 음식 얘기를 꺼낸 것은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을 맞아 다시 K-푸드가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올림픽 기간 중 강릉 올림픽파크 광장에서 한식 홍보관 및 체험장 운영에 들어갔다. 김치·장류 등 발효 음식과 사찰 음식 등 한국의 건강한 식문화를 홍보하면서 약과, 식혜 등 전통 다과를 만들고, 전통차를 시식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이에 더해 올림픽조직위는 선수단 식당(푸드코트)에 K-푸드존을 마련, 두부찜, 떡국, 삼겹살, 채소 쌈, 치킨, 떡볶이 등을 내놓고 있다. 뉴스를 보니 라면 수출액이 지난해 9억5200달러(1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만두 수출액도 6652만달러(878억원)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짜파구리’가 등장한 영화 기생충 등 한류 문화 흥행 효과가 더해진 덕분이다.

비록 이번 청소년올림픽에서 ‘북한’은 빠졌지만, K-푸드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더욱이 강릉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맛의 고장’이다. 고속열차를 타고 온 방문객들이 칼국수, 막국수, 짬뽕, 초당두부, 물회, 생선탕, 감자옹심이 등 토속 음식점 앞에 길게 줄 서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됐다. 올림픽에 참가한 지구촌 꿈나무들이 대한민국의 맛, 강릉의 맛을 오래도록 추억한다면, 그 또한 큰 소득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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