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재료는 기본, 철원의 맛 후루룩
1986년 개업 현지인 맛집 정평
38년 전통 2대째 가업 이어가
직접 농사 지은 식재료 사용
손수 반죽 쫄깃한 면발 일품
야채·해물칼국수 등 인기 제일
음식점 화재 당시 도움의 손길
물심양면 지원 재기 발판 마련
박 대표 “ 맛과 정성으로 보답”

철원 길목해물칼국수의 ‘바지락 칼국수’
철원 길목해물칼국수의 ‘바지락 칼국수’

칼국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은 후 칼로 잘게 썰어 육수와 함께 끓여내는 손칼국수는 단연 으뜸이다.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터미널 상가에 1986년부터 38년간 손칼국수로 철원주민과 관광객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길목해물칼국수’가 눈길을 끈다. 이미 철원지역 현지인들에게는 맛집으로 정평이 나있는 길목해물칼국수는 박상명 대표와 부인 황흥례 씨가 운영하며 아들 박영수 씨가 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길목해물칼국수는 철원군청 직원들을 비롯해 군인 가족, 학생, 철원의 절경을 즐기기 위해 온 관광객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길목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박 대표와 가족이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로 철원의 맛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물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따뜻한 국물이 가득한 손칼국수는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맛을 주기도 하고 추운 날 몸을 녹여주기도 한다.

▲ 철원군 갈말읍 소재 길목해물칼국수를 운영하는 박상명 대표와 부인 황흥례씨, 아들 박영수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철원군 갈말읍 소재 길목해물칼국수를 운영하는 박상명 대표와 부인 황흥례씨, 아들 박영수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칼국수에 대한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개화기 밀가루가 외국으로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1900년대 초부터 밀가루를 이용한 칼국수와 수제비 등이 일반인들에게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철원출신 소설가 이태준(1904년~1978년)의 자전적 소설 ‘사상의 월야(을유문화사, 1946년)’에 ‘밀가루가 청진서 들어오나 뜨덕국이나 해먹었지 만두나 밀칼국은 해먹을 줄 몰랐다. 만두와 밀칼국과 떡국이 세가 나게 팔렸다. 언제부터인가 강원도집으로 불려지며...’라는 내용이 나온다.

위 내용의 배경은 이태준 소설가가 7살때인 1909년 경 아버지를 잃은 이태준 가족이 함경도 이진에 정착하는 과정으로 밀칼국을 파는 강원도집으로 묘사돼 있다. 소설속 함경북도 청진은 1908년 개항한 뒤 러시아 등에서 많은 밀가루가 수입됐을 것으로 추측되며 뜨덕국은 오늘날의 수제비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철원 칼국수는 우리나라 개화기와 8·15광복, 한국전쟁, 현재 38년 연륜의 길목해물칼국수 등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터미널 상가에 위치한 38년 전통의 길목해물칼국수.
▲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터미널 상가에 위치한 38년 전통의 길목해물칼국수.

박상명 길목해물칼국수 대표는 밀가루 반죽을 비롯해 칼국수 전반을 맡고 있으며 부인 황흥례 씨는 칼국수 이외 메뉴와 반찬 등을 만들고 있다. 칼국수 비법을 전수받고 있는 아들 박영수 씨는 점심시간 밀려드는 주문을 배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분식집으로 운영했지만 아들 영수씨의 권유로 2006년에 업종을 변경했다. 처음 분식집을 운영할 때에는 40가지 이상의 메뉴가 있어 많이 바쁘고 힘들었다. 아들의 권유로 음식 메뉴를 정리해 운영이 한결 수월해 졌다. 박상명 대표는 “오랫동안 하던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한다. 힘들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더 하기 싫어져서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며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면 손님에게 더 맛있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그니처 메뉴 해물칼국수
시그니처 메뉴 해물칼국수

현재 길목해물칼국수의 메뉴는 10여 가지로 이 가운데 칼국수 종류가 제일 인기가 많다. 이 식당의 대표 칼국수는 야채칼국수, 유부장칼국수, 해물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등이 있다. 칼국수는 기계를 빌리지 않고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 손끝에 전해지는 질감과 부드러운 감촉을 찾아내 숙성 과정을 거쳐 칼로 쓸어내면 완성이 된다. 박대표의 이같은 면에 대한 노력으로 배달에도 면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비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특히 야채칼국수는 오늘의 길목칼국수를 탄생시켰다. 야채와 육수들이 조화를 이뤄 밀가루 특유의 냄새를 없애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유부장칼국수는 고추장과 된장을 적당한 비율로 만들어 낸 육수에 칼국수와 유부를 함께 넣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맛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최고 판매를 올리는 해물칼국수는 칼국수에 통오징어와 큼지막한 새우가 그대로 들어가 남다른 비주얼과 맛으로 직장인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바지락 칼국수도 담백하고, 시원해 해장용으로 마니아들이 많이 찾고 있다.

길목해물칼국수의 가장 힘든 시기는 2016년 음식점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였다. 그 당시 몸 피하기도 급박할 정도로 한순간에 집과 음식점 집기가 모두 탔다. 박 대표의 부인 황흥례 씨는 “오갈 데가 없어 걱정하던 중 거처를 마련해 준 아들의 친구, 군청 직원들, 쌀·밥솥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이웃 분들의 정성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시 가게를 일으킨 박대표는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며 칼국수가 맛있는 집은 처음이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가족이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군에 있는 아들의 면회객이었다. 이들은 식사 후 주소를 물어봤고 며칠 후 택배가 왔는데 라텍스 베개 두 개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박상명 대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이어 코로나19로 모든 분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어 빨리 경기가 안정되고 활성화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몸이 허락할 때까지 길목해물칼국수를 찾는 모든 분들을 위해 꾸준한 맛과 정성을 다해 보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