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운기 춘천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
▲ 김운기 춘천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

2003년 이후 20년 만에 기초의회 의정활동비 지급범위가 110만원에서 150만 원으로 확대되었다. 이에 대한 찬반으로 벌써 전국이 들썩 거린다. ‘시의원들이 하는 게 뭐 있냐?’ 라는 자조 섞인 의회무용론과 같은 비판이 그 이유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춘천시의원 중 시민활동을 하다가 기초의원 당선이 된 사람이 있다. 그도 시민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다 직접 기초의원이 되어 활동해 보니 ‘생각보다 할 일도 많고 참 많이 바쁘구나’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그 실상을 알 수 없다.

기초의회라는 시스템은 현재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하다. 일부 기초의원들의 일탈과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행동들이 의회무용론에 먹이를 제공하고 있듯이 항상 문제는 시스템보다는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에게 있다.

초선 때의 일이다. 전공이 회계학인지라 기초의원이 되자마자 춘천시의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채권 즉 받지 못한 세금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보였다. 집행부에 채권부분에 대해 세세하게 지적하고 감소방안과 실행계획을 주문했다. 그 결과는 수백억원의 채권 감소로 이어졌고 당시 많은 공무원과 시의원들에게 내가 춘천시의원 밥값 다했다고 너스레를 떤 기억이 난다. 당시 실수령 의정비가 월 300여만 원 정도였다.

역할에 대한 단편적 예를 들었지만 기초의회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시민들 입장에서는 실익이 있고 감시 견제자가 없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단언컨대 시민들일 것이다.

기초의원들은 참 바쁘다. 2019년 7월 1일 강원도민일보에서 ‘기초의원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필자의 활동에 대해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다. 아침 6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뜻깊은 일이었다. 1년 365일 매일 동일한 하루가 반복되진 않지만 지면에 실린 기초의원의 하루는 그 역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시의원의 역할은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조례의 제·개정 또는 폐지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 예산안 심의, 확정 및 결산승인 등의 재정통제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활동의 행정견제권, 청원심사 및 수리에 관한 청원 처리권과 기타 의회의 의결사항 처리, 지역주민들의 민원청취 및 해결 등이 있다. 이 모든 활동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별도 생업을 위해 겸직을 하면서 수행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을 경우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고민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필자 또한 고민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기초의회 관련 논쟁에서 가장 핵심은 환경과 여건이 먼저냐, 자질과 역량이 먼저냐는 딜레마적 내용으로 보인다. 이런 태생적 문제를 차치하고 필자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일꾼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인력풀이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인력풀은 선출직 기초의원이라는 특성상 환경과 여건이 충분해야 많은 우수인력으로 갖춰질 것이다.

필자는 사회경력이 20년이 넘는다. 어머니를 모시고 3명의 자녀가 있는 가장이다. 6년의 의정활동을 하면서 남들에게 말 못 할 고민도 많았다. 그러나 초심을 생각하며 이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무엇을 말씀드리고자 하는지 이해하실 것이다.

정말 보람차고 내 일이 자랑스럽다. 우리 아이들의 고향이요, 삶의 터전인 춘천을 조금이나마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너무 멋지고 가슴 벅찬 것 같다. 새뮤얼 스마일즈가 말한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품고 필자를 선출해 준 시민들의 수준이 높은 수준임을 보여드리기 위해 자아계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20년간 동결된 의정활동비 인상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도 물론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더 우수한 인력이 관심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위한 초석이 된다면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춘천을 사랑한다. 항상 시민들께 약속드린 것처럼 밥값 하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묵묵히 동네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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