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에서 극적으로 화해한 가운데 이철규 의원의 거중조정(居中調停)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논란 처리방안을 놓고 대치했던 용산 대통령실은 21일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은 22일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관측이 나왔다.

양측이 여권내 가장 민감한 이슈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둘러싸고 충돌했다는 점에서 어느 누구도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철규 의원이 나서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시계 제로의 상황이 진정되고 결국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친윤계 가운데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최고 핵심인 동시에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인재영입위원장과 비대위원을 겸하며 중추역을 맡고 있다.

이철규 의원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들은 바도 없고, 모른다”고 단언했다. 또한 “친윤계 중심으로 한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느냐?”는 질문에 “의원 개개인 입장이 있다. 존중해주면 되고 제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면 된다”고 밝히며 한 위원장에게 무게를 실어줬다. 동시에 용산 대통령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명품 백’ 논란도 적극 방어하며 대통령실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사건의 본질은) 몰카 공작이다. 불순한 목적을 가진 분이 몰래 카메라를 갖고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는데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격”이라고 했다.

이철규 의원은 23일에도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설에 대해 “소통하는 과정에 조금씩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이 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망했다.

범여권의 적전 분열 상황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나며 극적으로 반전됐다.

윤 대통령은 영접을 나온 한 위원장과 반갑게 악수하고 어깨를 ‘툭’치며 친근감을 표시했고,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90도 큰 인사로 화답했다.

남궁창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