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즘은 아돌프 히틀러가 1945년 4월 30일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면서 모두 끝난 것일까?

600만 유대인을 학살하고 인간의 자유를 압살한 나치 전체주의 정권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대참사였다. 한나 아렌트(1906~1975년)는 1964년 한 텔레비전 대담에서 “나는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인류 역사상 어떤 이론과 논거를 갖고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전체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전체주의는 정치적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나치즘은 인간의 행위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인간의 자유를 총체적으로 폐지하려고 했다. 정치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가장 극단적 형태의 정치 부정이다. 이데올로기와 테러가 무기다. 하나의 절대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권력은 모든 국민들이 이데올로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유무형의 폭력을 휘둘렀다.

한나 아렌트의 현재적 교훈은 무엇일까?

나치즘, 파시즘, 스탈린주의는 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지 않다. 전체주의 변종이 여러개의 모습으로 회색빛 지구를 떠돌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중국,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정치로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정치 혐오는 전체주의가 다시 기생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결코 독일과 소련만의 특별한 역사가 아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의 한 간부가 지난해 11월 베를린 인근 포츠담에서 비밀 회합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통 순혈 독일계 민족이 아닌 시민권자 200만명을 추방하는 음모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며 전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독일 전역에서 21일 130만명이 이민자 추방 논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올라프 숄츠 총리와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도 참가했다. 시민들은 “자유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신·구 파시즘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또 “대량 추방은 독일 역사상 가장 어두운 장면을 연상시킨다”고 우려했다.

백주 대낮에 히틀러 유령이 우리 주위를 어슬렁 거리고 있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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