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리 영월 석정여고

▲ 최주리
▲ 최주리

초등학생 때부터 항상 집에 오는 길이면 그 조그만 골목을 지나가야했다. 친구들처럼 아파트에 사는 것이 아니라서 골목을 지나가는 게 속상하고 창피했다. 어떨 때는 골목에 있는 돌멩이를 발로 차서 남모르는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집으로 오는데 골목담장이 무너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은 그 좁은 골목에 담겨있다. 엄마가 밀어주는 씽씽카부터 아빠의 퇴근길 발걸음, 모두 나에게 향수를 일으키는 골목이다. 하지만 그 길을 늘 익숙한 것으로 생각하며 당차게 걸어다녔던 그 때가 조금은 후회가 된다.

그날은 아침부터 해가 쨍쨍한데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난 또 골목에 물웅덩이가 생길 것을 생각하며 한숨만 푹푹쉬며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골목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골목이 아닌 다른 것을 걱정한 게 아닌 골목 그 자체에 대한 우려였다. 마치 우산이 없는 어린아이의 하교길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투영한 듯 나는 골목의 크기에 맞는 우산이 없어 쫄딱 비를 맞아 젖게 되는 골목을 상상해보았다. 중력에 의해 사람들과 차들의 무게를 아무말 없이 받들면서 자신의 몰골은 걱정하지 않는 골목길이 한편으론 처량했다.

집에 가는 길 골목길에 들어섰다. 두걸음 뗐을까, 골목 왼쪽 담장이 무너져 있었다. 산산조각이 난 벽돌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난 그 벽돌조각을 한참 바라보며 걸음을 떼고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는 길에 밤새 옷을 꿰멘 듯 새로운 돌멩이와 벽돌이 질서없이 맞춰져있었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남기고 간 추억의 향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골목은 안간힘을 쓰고 있던 것이다.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던 우리는 오늘도 추억 하나를 이 골목에 채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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