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MZ세대가 조직을 떠나는 이유를 모두 고르시오.

ㄱ. 현재 회사는 종착역이 아니라 정거장

ㄴ. 허드렛일이나 하려고 입사한 것 아냐

ㄷ. 돈이나 승진보다는 워라밸

ㄹ. 나는 나로 살고자 한다

ㅁ. 이름값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중요

ㅂ. 세상은 넓고 돈 벌 곳은 많다

 

 

눈치채셨겠지만, 정답은 전부 다입니다.


퇴근길,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또 다른 ‘쓴맛’을 보는 청춘들에게 묻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힘들게 했나요.

집집마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출간 8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며 모든 청춘의 마음을 적셨었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단비 같은 책임은 자명한 사실일 겁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막막했던 20대를 지나고 보니 더 이상 청춘이라 불리지 않는 사람들도 아픈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청춘‘이니까’가 아니라 청춘‘에도’ 아프다는 말이 더 와 닿는 요즘입니다.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다 보면 어딘가 닿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우연히 시작한 일이 이렇게 직업이 되고 생업이 되었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우는 거다’라는 어른들의 말이 문득 무책임하게 느껴져요.

저는 이론적으로는 MZ세대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M도 Z도 아닌 ‘낀 세대’에요. 베이비붐 세대 품에서 자라고, X세대에게 일을 배웠고, 정신 차리고 보니 MZ세대와 함께 일하고 있네요.

전날 마신 소주 한 잔으로 숙취에 시달리고 있는 당신. ‘F5’를 아무리 눌러도 새로고침 안 되는 고장 난 컴퓨터처럼 멈춰 있나요. 아니면 회심의 ‘최최최종’ 파일을 삭제하고 ‘진짜 최종’으로 파일명을 바꿨나요. 그래서 당신의 ‘열정’이 ‘열불’로 바뀌었나요. ‘회사 때문에 입사했지만 사람 때문에 퇴사한다’는 말이 명언처럼 느껴진다면 다시 한번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불이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다면 말이죠.

2021년 ‘잡코리아’가 20~30대 남녀 직장인 343명을 대상으로 ‘첫 이직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MZ세대 10명 중 3명 이상이 입사 1년이 되지 않아서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MZ세대 입사자 가운데 2년 이내에 절반 이상이 퇴사하고 5년 이내에 90% 이상이 퇴직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시점에서 퇴사 ‘마려운’ 청춘들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이 문제가 비단 당신만의 문제일까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회사, 이것이야말로 ‘디스토피아(dystopia)’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존재하긴 한 걸까요. 수차례 이직을 경험한 바로는 ‘회사와 나를 분리해야 숨 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회사원’이라는 정체성은 ‘나’라는 인격체에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회사가 만들어낸 ‘가짜 신화’와 ‘가스라이팅’에 매몰되지 마세요. 회사는 당신의 미래를 끝까지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피끓는 열정은 진화시키고 열불에 기름을 붓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휘둘리지 않아야 합니다.

당신은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에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격체입니다. 지금 당장 힘들다고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생각보다 나를 아껴주고 진정으로 위해주는 진정한 어른, ‘멘토’가 있을 겁니다. 어쩌면 함께 같은 회사에서 ‘쓴 맛’을 본 후에 술잔을 함께 기울여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청춘들에게 묻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힘나게 하나요? 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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