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꽃여행 성지 정선 만항재
해발 1330m,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
제설 시스템 탄탄 겨울 드라이브 여행지 각광
만항재~함백산·운탄고도 설산 트레킹 안성맞춤
낙엽송·안내판 등 눈 덮인 ‘천상의 화원’ 장관

▲ 정선 함백산 정상에서 바라본 만항재 주변
▲ 정선 함백산 정상에서 바라본 만항재 주변

한국에서 자연풍광을 보고 황홀감에 젖어들 수 있는 곳이 과연 몇 군데나 될까. 정선에 자연과 관련된 맛집 2곳이 있다. 하나는 가을 단풍철 입소문이 난 가리왕산 ‘단풍맛집’이고, 또 하나는 겨울 눈꽃여행의 성지인 만항재 ‘설경맛집’이다.

최근 눈이 많이 내리면서 정선 만항재의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산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만항재는 낭만 드라이브 눈꽃여행지다. 만항재는 정선군과 태백시, 영월군의 경계 지점이자 해발 1330m의 언덕길로 국내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최근 많은 눈이 내리면서 주말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산행객을 태운 관광버스로 만항재는 주차전쟁터로 변한다. 만항재에서 바라 본 겨울 함백산은 그저 바라만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눈으로만 담기 싫은 이들은 설산 트레킹으로 함백산 정상까지 다녀와도 좋다. 만항재에서 함백산(1573m)까지는 약 3㎞. 고도차도 243m로, 등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한읍에서 지방도 414번을 따라 국보 수마노탑이 있는 정암사를 거쳐 만항재로 올라가면서 바라본 세상은 온통 겨울왕국이다. 겨울 산행을 즐기는 산행객들이 설경 감상의 첫번째로 만항재를 찾는 이유가 있다. 우선 차량을 이용한 드라이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곳 도로는 아무리 눈이 많이 내리더라도 가장 먼저 제설작업이 이뤄진다. 고갯길로 제설작업이 조금만 늦어지면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이 내리면 가장 먼저 제설차량이 움직이면서 만항재 정상까지 원활한 차량 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산행객들이 찾는다. 주말에 도로변에 주차시킨 차량으로 인해 교통 혼잡도 야기되지만 오로지 설경 그 자체를 감상하겠다는 굳은 의지(?)만 있으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설경 맛집이다.

▲ 하늘에 뿌린 눈꽃 천상의 설원 되다
▲ 하늘에 뿌린 눈꽃 천상의 설원 되다

만항재는 정선아리랑과도 맞닿아 있다. 느리고 애절한 아라리의 가락은 힘겹고 고단한 삶의 애환을 굽이굽이 실타래처럼 펼쳐놓은 만항재 도로와 오버랩 되는 듯 하다. 조선초기 고려를 잊지 못한 충신들이 개풍군 광덕산 서쪽 기슭에서 두문불출하고 살았는데, 그 일부가 정선 남면 두문동으로 옮겨와 이곳에서도 외부와 단절하고 살았다. 잃어버린 나라에 대한 아픈 사연과 슬픔을 안고 살던 사람들이 부르기 시작한 가락이 정선아리랑의 시원이다. 그들은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가장 높은 만항재에서 소원을 빌었다. 당시에는 ‘망향’이라고 불렀는데, 오늘날 ‘만항’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만항재 정상에 오르면 ‘천상의 화원’이 반긴다. 천상의 화원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300여 종의 야생화가 피고 지는 화원이다. 야생화는 눈으로 덮였지만 이곳에는 낙엽송이 숲을 이루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만항재와 함백산 일대는 설국으로 변한다. 만항재에서 바라 본 함백산 일대 풍경은 장관 그 자체다. 또한 낙엽송을 비롯해 주변에 설치된 철탑, 안내판 등 모든 사물들이 눈꽃으로 피어난다. 함백산도 온통 하얀꽃으로 치장하고 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이른 아침 낙엽송 가지마다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낙엽송 가지마다 백설이 수복이 쌓인 풍경은 감성을 자극한다. 만항재에서 하이원리조트로 가는 운탄고도 길은 포근함마저 전해주는 등 색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트레킹하기 안성맞춤이다. 설경이 아름다운 만항재에서 추운 겨울을 만끽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만항재에서 바라 본 설경이 아직도 눈에서 아른거린다. 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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