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성폭력상담소협 사례 발표
“성인지 감수성 부족 2차피해 야기
법조계 관행 개선·견제활동 필요”

속보= 강릉 초등생 성매매를 비롯한 아동·청소년 성폭행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2023년 8월 3일·2024년 1월 19일 23면 등)에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지난 해 전국 경찰서와 검찰청, 법원의 성폭력 사건의 수사·재판을 모니터링, 4일 발표한 결과 ‘2차 피해’ 등을 야기한 부당 사례 6건 중 2건이 강원지역 사건으로 나타났다.

춘천지법 강릉지원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가 각각 판결한 사건이다. 가해자의 일방적 형사공탁에 따른 감형의 부당성,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법조계의 인권 감수성 부족 문제가 강원지역 사건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강릉지역 성인 남성 6명이 온라인으로 알게 된 초등학생 2명을 게임기 등으로 유인해 성착취 한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최소 3년,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벌금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양형 이유에는 피해자 1명과의 합의, 또다른 피해자 1명을 위한 공탁금 지불이 포함돼 피해자 측과 관련 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자의 용서가 없는 공탁을 감경 요소로 반영해 성폭력 재판의 수준을 후퇴시켰다”고 했다. 이 사건에 대한 2심 속행 공판은 내달 열린다.

화장실 불법촬영과 음란물 유포 등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해석도 논란을 낳고 있다.

2022년 상가 여자 화장실 천장을 뚫고 침입한 후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 47회에 걸쳐 아동·청소년들이 포함된 피해자들을 촬영하고 성 착취물 800개를 소지한 사건이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1심에서 성착취물 제작 등을 유죄로 판단,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지난해 8월 2심에서 성적 행위 없는 화장실 이용은 음란 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징역 3년 6개월로 감형해 논란이 일었다. ‘성착취물 제작’에 대한 유죄 여부를 두고 1·2심 판단이 갈린 것이다.

특히 “화장실 이용 행위 자체가 일반인에게 성적 불쾌감 등을 일으키는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2심 판결문에 대해 협의회는 “화장실 이용 장면이 담긴 수많은 촬영물이 음란물로 유포되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원지역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는만큼 이를 다루는 법조계의 기존 관행 개선과 관련 견제 활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여진·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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