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석 한국해양대 교수· 실습선 한바다호 선장
▲ 이윤석 한국해양대 교수· 실습선 한바다호 선장

동해항은 광대한 동해를 끼고 있으면서 북방으로는 북한과 러시아, 동남방으로는 일본과 맞닿는 해양 영토 수호의 전략적 거점 항만이다. 정부도 그 중요성을 인식해 해군 제1함대와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을 배치하고 있다. 또 2030년까지 1조 8783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 복합물류 신항만을 조성, 환동해권 북방경제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와 동해시의 현황을 고려하면 동해 신항만의 복합물류 기능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동해시의 항만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노동 인구 유입과 환동해권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해양경찰과 해군 함정의 자체 수리와 정비를 위한 정비창 신설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함정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작전 전개를 위해서는 함정 정비가 근거리에서 이뤄져야 한다. 동해에는 지방청 규모의 해양경찰 함정과 함대급 규모의 해군 함정이 있는데, 이들의 수리를 위해 부산 해양경찰정비창과 진해 해군 기지까지 이동하는 데 하루가 소요된다. 정비 기간 동안 해양수호와 해상치안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유류비, 승무원의 수당 등 경제적인 손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둘째, 물류 기능 외에도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항만부대산업의 확충이 요구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조선 해양 산업이 국가 전체 제조업의 10%를 차지하는 곳으로 항만 기능 외에도 선용품공급업, 선박급유업, 선박수리업 등 부대 산업이 활성화되어 국가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산시에서 2025년까지 사업비 12억원을 투입하여 영도구의 중소형 조선산업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강원도와 동해시는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에 등록된 업체가 전무한 상황으로 항만부대산업의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셋째,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따른 선박 대체항로 확보의 우위 선점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선박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 대비 거리를 약 32%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으로 수에즈 운하 내 안전한 통항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극항로를 통한 대체 통항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동해 앞바다를 통과하게 되므로 동해항이 싱가포르처럼 통항 선박들에 다양한 항만 부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세계적인 항만으로 거듭날 수 있다.

환동해권 해역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내 특수성을 고려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해양경찰·해군 함정을 위한 동해항 정비창 신설이다. 이를 시작으로 미래 기술 변천, 북극항로 신설 또한 고려하여 항만부대산업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민간산업으로 확장하여 관공선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해양수리조선 인프라 구축을 통해 동해시 경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지역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해양·수산 계열 대학교의 분교를 유치한다면 산학협력 체계가 구축된 지역경제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해양수산부·해양경찰·해군·동해시가 협력해 동해항의 활성화를 위한 정비창 신설 관련 중장기 발전 전략을 조속하게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환동해권 거점 항만으로 각종 인프라를 활성화하여 가까운 미래에 실습선 한바다호를 비롯한 모든 관공선 및 다양한 선박들이 동해항에서 각종 검사와 정비가 이행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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