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직 2일차 의료공백 심화
전원 요구·치료 거부 등 잇따라
진료중단 우려 환자 몰려 ‘혼란’

▲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1일 도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가 줄지어 서있다.  유희태
▲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1일 도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가 줄지어 서있다. 유희태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일어난 지 이틀만에 환자가 수술할 곳을 찾지 못해 양양에서 원주까지 이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뇌경색 환자에게 전원을 요구하는 등 강원도내 병원들의 의료공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이날 오전 11시 28분쯤 양양군 남문리에서 당뇨를 앓고 있던 60대 남성 A씨가 무릎 아래로 심각한 괴사가 발생해 119구급대가 출동해 A씨를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강릉아산병원에서는 현재 전공의 부재로 인해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했고 결국 A씨를 태운 구급차는 속초의료원, 속초보광병원 등 영동에 있는 병원을 찾아다녔으나 결국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구급대원들은 도소방본부가 운영하는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도움을 요청,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강원대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다른 병원을 선정해 보려 했으나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이들은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현 상황을 설명하고 A씨를 국군강릉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국군강릉병원에서는 환자의 다리 상태를 확인하더니 여기서는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내렸다.

다시 구급차에 탄 A씨는 원주연세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거기서도 치료를 받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구급대의 설득 끝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협의를 거쳐 이날 오후 3시쯤 A씨가 이송됐다. A씨가 도 전역을 돌아다닌 시간은 무려 3시간 30여분이었다.

같은 날 오전 강원대병원에서 만난 뇌경색 입원환자의 보호자 이모(43)씨도 오전 진료 중 전공의가 없어 어머니를 재활센터로 전원해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씨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수술 이후 회복 중인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공의 수가 부족해 입원실에서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며 “병원에선 재활센터로 옮겨주겠다고 이야기는 했는데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서는 진료도 중단될 것을 우려한 환자들이 몰리면서 진료가 지연되거나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도 이어졌다.

이날 강원대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등 지역 내 대학병원에는 오전부터 환자들이 몰렸다. 이날 홍천에서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을 찾은 황모(54)씨는 “원래 다음 주 외래 진료였는데 전공의 파업 때문에 진료에도 차질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기사로 계속 나와 이번 주로 예약을 앞당겨 왔다”며 “아버님 때문에 병원에 다니고 있고 홍천에서 여기까지 오고 있는데 자주 올 수도 없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왔다는 이모(34)씨도 “평소보다 진료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 같다. 평소 같으면 15분 정도 대기하고 들어가는데 오늘은 예약을 하고 왔음에도 30분 정도 기다렸다”며 “주차장도 만차라 주차하느라 병원을 세 바퀴는 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호·박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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