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원택리지’의 출간에 부쳐

김풍기 강원대 교수
김풍기 강원대 교수

빠른 변화 속에서 주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선 자리를 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가 선 자리를 알아야 어느 정도의 빠르기로, 어느 쪽을 향하여 발걸음을 디뎌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위상학적 사고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우리는 세계시민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하지만 강원도민이기도 하다. 그 말은 인간이 다양한 정체성의 지층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그 지층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선 자리를 확인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돌아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간에 대한 꾸준한 관찰과 함께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야말로 우리 삶이 변화를 위상학적으로 그리고 반성적으로 돌아보는 자료를 남김으로써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자를 활용하던 고대부터 지금까지 지역에 대한 기록을 꼼꼼하게 남겼다. 지리지(地理志)로 통칭되는 이 기록은 일차적으로 왕조 시대 여러 국가의 통치 자료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단순히 정치와 관련된 것만 담았던 것은 아니다. 지역 행정단위에 대한 간략한 역사와 자연 환경, 주민들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 해당 지역에 대한 문화적 환경 및 유무형 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지리지가 감당하는 영역은 매우 넓었다. 이렇게 편찬한 지리지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위상학적 시선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근대에 들어와서 이 작업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기록으로 담아야 할 내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므로 개인 차원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지리지를 편찬하는 일은 매우 힘들게 되었다. 강원도가 이른바 ‘강원도사(江原道史)’를 편찬하는 부서를 따로 두어 오랜 기간 꾸준히 강원도의 역사를 편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그렇지만 ‘강원도사’는 지나치게 방대해서 강원도민이 수시로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한 지역에 대한 내용을 손쉽고 간략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방대한 책을 읽고 필요한 내용을 뽑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강원도민일보사가 편찬하여 펴낸 ‘신강원택리지(新江原擇里志)’는 반가운 책이다. 강원도민일보는 이미 1999년 ‘강원향토대관’이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작업을 충실하게 해냈었다. 그 책으로부터 25년이 지났으므로 강원도의 모습은 상당히 많이 변한 상태다. 당연히 새로운 지리지의 편찬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번에 펴낸 ‘신강원택리지’는 강원도 18개 시·군의 현황을 요령 있게 정리했다. 해당 지역의 간략한 역사를 시작으로 인구, 교통망, 마을, 자연환경, 문화재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수록함으로써 강원도의 행정 구역을 마치 간결한 지형도를 보는 것처럼 깔끔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동안 바뀐 부분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사라진 것은 빼고 새로 나타난 것은 보완했다. 더욱이 각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지역에 관한 공부가 깊은 분들이 필진으로 대거 참여했으니, 이 책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해당 분야의 책을 구해서 읽으면 된다. 그러나 웬만한 궁금증은 이 책만으로도 대부분 해소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용이 충실하다.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지역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해주고, 나아가 자신의 지역적 정체성의 실체를 알게 하는 책으로는 지금까지 출판된 책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20세기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강원향토대관’(1999)이 편찬되었다면, 21세기를 열면서 우리 삶의 방향을 가늠해 보기 위한 마음으로 ‘신강원택리지’(2024)가 편찬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지리지를 편찬하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강원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의 출간을 기뻐하고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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