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2021년 법정문화도시 지정
소외지역 주민 주도 문화활동 활발
읍면·도시 10곳 마을 디자이너 파견
소식지·공예·미술·체육활동 등 진행
전시회·장수사진·풋살 등 주민 호응
농한기 이웃 소통·격려 유대감 형성

구정면 여찬리 그림방 그림 그리기 활동 강동면 풍호마을 거북이작가단 그림 그리기 활동
구정면 여찬리 그림방 그림 그리기 활동 강동면 풍호마을 거북이작가단 그림 그리기 활동

“고요했던 농어촌 마을에 웃음꽃이 피고 있어요.”

이웃간의 정이 넘치던 시골마을이라는 표현도 어느새 옛말이 된지 오래. 고즈넉함을 넘어 쓸쓸함이 느껴지고 있는 시골마을의 어르신들이 한데모여 각 마을의 문화를 새롭게 그려내고 있다.

강릉지역 농어촌 마을 주민들은 강릉문화재단 내 강릉시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마을, 문화를 디자인하다’ 사업을 통해 그림 전시부터 합창, 사진, 풋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이웃들과 교류하며 문화의 힘을 느끼고 있다.

강릉시가 제2차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마을, 문화를 디자인하다’ 사업은 상대적 문화 소외지역의 생활문화 활성화를 통한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주민 주체 문화 활동 계기 마련을 위해 기획됐다. 마을디자이너 경력이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와 마을디자이너를 해마다 선정해 도심에서 접근성이 떨어진 마을에 직접 찾아가 영화관, 마을 잔치, 전시회 등 평소 체험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활동을 진행한다. 단순한 활동에 그치지 않고 자존감을 높여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후속 활동으로 연계하는 협력 활동도 추진한다.

 강동면 풍호마을 거북이 작가단으로 활동 중인 어르신
강동면 풍호마을 거북이 작가단으로 활동 중인 어르신

또 현재 농산어촌 지역들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을에는 다양한 연령, 직업을 가진 주민이 살아가고 있고 마을에 따라 활동 시간이 다른 점을 고려해 주간, 야간,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 주민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마을 내 유휴 공간 발굴 및 생활문화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조성하는 등 마을 회관, 보건소, 종교시설, 마을 카페, 체험관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식생활 교육과 연계한 요리 프로그램, 마을 환경 개선과 환경 정화 활동, 디지털 교육 등을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3명의 권역별 프로젝트 매니저와 마을문화디자이너 13명을 선정해 1개읍, 7개면, 2개 도시농촌 복합동에 각 배정 마을에 파견됐다. 이들은 주민과 관계를 형성하고 공예, 미술, 체육 활동 등 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파악해 마을 주민과 함께 마을 소식지 ‘그 뭐이나?’ 발행, 마을별 활동 영상 아카이빙 숏폼 형태 제작, ‘만나서 반갑습니다’ 카드 교구 개발 등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만8174명의 주민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 마을 주민들이 강사가 돼 매주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개최하는 모임인 ‘여찬리 그림방’과 캘리그래피 및 그림 등 시니어들의 모임인 ‘하시동리 풍호마을 거북이 작가단’, 지역 내 유명팀이 돼 각종 축제와 행사에 초청 공연을 다니고 있는 ‘연곡면 해별어린이합창단’ 및 ‘연곡면 어린이난타 공연단’, 연곡면 주민들로 창단된 ‘아띠나래 여성풋살팀’, 장수사진을 찍고 싶다는 어르신들이 모여 관계를 맺고 아날로그 주소록을 제작하는 모임인 ‘왕산면 마을 주소록 만들기’ 등이 대표적으로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프로그램을 위해 기관, 전문가가 기획하고 참여할 주민을 모으는 방식에서 탈피해 스스로가 문화 기획자, 생산자, 작가 등이 될 수 있다보니 현재 강사와 마을문화디자이너가 마을에 들어가지 않아도 모임을 지속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마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을의 활동 주기에 맞춰 시간적 여유가 있는 농한기에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2월은 주민들이 가장 여유가 많고 모일 수 있는 시기이지만 대부분의 기관 및 행정에서는 해당 시기에 지원사업이 없어 마을 주민들은 집에서 머물거나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것 정도가 일상이다. 이에 강릉시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는 마을 문화를 디자인하다를 통해 농한기에도 마을문화디자이너가 마을에 찾아가 농번기에 하기 힘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진행하며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문화활동을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릉시문화도시지원센터 관계자는 “마을별 작은 축제, 전시회, 발표회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등 반응이 좋다”며 “주민들의 의견들을 청취해 앞으로도 마을문화 디자인하다 사업을 잘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연제

공동기획 강릉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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