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섭 한지작가
▲ 함섭 한지작가

강원지역 대표 원로화가 함섭(본명 함종섭) 작가가 지난 27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1942년 춘천에서 태어난 함섭 화가는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나왔다. 이후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활동해오다 50대를 앞두고 회화작가로 본격 전향,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특히 한국 전통 오방색을 활용한 한지 회화에 천착, 한지를 활용한 추상화를 제작해오며 국내외에서 활빌히 활동했다. 2013년 원주 한지 테마 파크 초대전을 비롯, 홍콩과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의 해외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을 가지며 한지의 미학을 알리는데 기여해왔다.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바젤 아트페어,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 등 세계적인 대형 미술시장에 초대돼 한국의 얼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세계적 현대미술관인 미국 뉴욕 모마(MOMA)미술관의 실소유자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도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록펠러 부부가 춘천 스튜디오에 직접 와서 작업실을 살피며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2010년 고향 춘천에 돌아와 70세에 춘천 신동면에 있는 김유정문학촌 일대에 ‘함섭 한지아트스튜디오’를 개관했다. 이후 간암 투병 중에도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닥종이와 전통 물풀을 이용한 한지 작업을 이어왔다.

 

▲ 함섭 작, Day Dream 1962
▲ 함섭 작, Day Dream 1962

귀향 후 원로작가로서 강원지역 화가모임 ‘아트 인 강원’ 이사를 맡는 등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했다. 2021년부터 간암으로 투병하는 중에도 강원화단을 지켰다. 지난 해 서울 갤러리 라메르에서 처음 열린 ‘2023 강원갤러리-특별초대전’ 초대작가로, 2022년에는 강원미술협회의 강원화단 60년의 조망 ‘화가들의 회갑전’ 등에 참여했다. 2011년 강원도 문화상, 2013년 한국미술협회 ‘대한민국 미술인상’ 본상과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아들 함영훈·며느리 정보경 씨도 각각 판화 작가, 회화작가로 활동 중이다.

고인은 귀향 후 줄곧 활동해 왔던 춘천 신동면 실레마을의 함섭 한지아트스튜디오에 잠든다. 생전 뜻에 따른 것이다. 이곳에서는 향후 고인을 기리는 추모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아들 함영훈 작가는 “한지아트스튜디오는 해외에서 활동하며 판매한 작품 수익으로 고향에 돌아와 차린 곳”이라며 “15년 동안 자부심을 갖고 작업해오신 공간인만큼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아버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 함섭 작, One‘s Hometown 2222
▲ 함섭 작, One‘s Hometown 2222

최돈선 시인은 본지에 연재하는 ‘예술인 탐방지도-비밀의 방’을 통해 함섭 화가를 만난 후 쓴 글(2022년 5월 13일자)에서 아래처럼 기록했다.

“신명이다. 그 신명은 한국인의 정신적 바탕이라고 함섭 화가는 늘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한지를 물에 적셔 두드리고, 솔질하고, 그 위에 덧대고 다시 두드리고, 그것에 한국의 빛깔인 오방색을 입힌다. 그 밖에도 고서적을 찢어 바르는 일을 쉴 새 없이 반복한다. 문자가 나타나고 문자가 지워지고 하는, 이 무한정의 작업을 통해 생명의 결이 흐르듯 선과 면이 자연스레 나타난다. 마치 태고의 소리가 우주 저쪽에서 별처럼 쏟아지는 느낌이다. (중략) 닥나무껍질, 천, 실의 콜라주는 거친 질감을 드러내며 한국인의 심성과 한국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철학적 색채를 담아냈다. 숨거나 드러나면서 무한히 반복되는 함섭의 화법은, 오랜 역사의 이야기가 함축된 숨은 신화를 창조해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혜경씨와 아들 영훈·딸 수정씨, 사위 김성용씨, 며느리 정보경씨가 있다. △발인 29일 새벽 6시 △빈소 호반병원장례식장 1특실 △장지 함섭 한지 아트 스튜디오 △연락처 033-25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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