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의 꽃, 화중지왕(花中之王)! 어마어마한 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신라의 학자 설총(薛聰)은 화왕계(花王戒)에서 모란을 꽃들의 왕이라 했고, 이후 수많은 시인 묵객이 모란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화왕(花王)을 뛰어넘어 천향국색(天香國色), 화신(花神) 등으로 높여 불렀지요. 이런 상징성은 우리의 생활문화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습니다. 예복에 모란을 수놓아 부귀, 공명을 염원했으며 서책에 꽃을 그려 넣기도 했지요. 모두가 반기는 귀객(貴客)’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시와 노랫말에서도 빠지지 않았지요. 김영랑은 모란을 봄의 절정으로 여겨 화왕(花王)’이면서 귀객(貴客)’으로 대했습니다. 시인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 시에 버금가는 노래로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로 시작하는 모란동백이 있습니다. 나훈아, 조영남이 불러 널리 알려진 이 노래의 원곡자는 이제하 시인입니다. 두 시인에게서 봄의 절정’, ‘기다림과 기억으로 상징된 모란은 시공을 달리해 멋지게 어우러집니다.


 

모란꽃은 5월에 핍니다. 붉은색과 자주색, 흰색 등으로 주변을 압도하지요. 꽃 자체뿐 아니라 약재로서의 가치도 뛰어납니다. 한방에서는 뿌리껍질을 약재로 쓰는데 염증과 통증을 치료하고 피를 멎게 합니다. 뿌리껍질을 말린 약재를 목단피라 칭하며 차로 우려 마시는데 열을 내리고 혈액순환을 도와 뭉친 피를 푸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생리불순과 생리통 등 부인병과 소염, 진통, 이뇨에 처방합니다.

며칠 동안 비와 눈이 한 날, 한 시에 머물렀습니다. 3월의 봄기운이 뒤죽박죽, 종잡을 수 없었지요. 그래도 생명은 부지런했습니다. 꽃다지는 여린 숨을 몰아쉬며 좁쌀 같은 꽃을 피우고, 봄버들은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다음 차례는? 당연히 로제타 식물이지요. 냉이와 달맞이꽃 지칭개 엉겅퀴가 내달리는 봄을 붙잡습니다. 춘설이 제아무리 매서워도 움트는 생명을 막아설 순 없지요. 쌉쌀하고 달콤한 봄! 더구나 올핸 광장의 봄소식이 왁자지껄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이지요. 선거와 함께 온 봄! 선택되는 일꾼이 모란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품격을 잃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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