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청 박수형·김영기 주무관

▲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이를 주도한 박수형(사진 왼쪽) 주무관과 김기영 주무관을 6일 만나 인터뷰했다.
▲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이를 주도한 박수형(사진 왼쪽) 주무관과 김기영 주무관을 6일 만나 인터뷰했다.

“정말 자발적이었어요? 비공식 행사? 아니 진짜 자발적인게 맞습니까?”

경찰 심문같은 이 질문을 인터뷰 하는 내내 물었다. 기분 나쁠 법도 한데 박수형(39) 건설과 주무관은 환하게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젊은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단합대회를 개최해 MZ세대 공무원들의 늘어나는 퇴사율이 전국적으로 문제인 가운데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한데 뭉쳐 영귀미면 생활체육공원에서 단합대회를 가졌다.

▲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박 주무관은 “한국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한 걸 같이 본 직원들끼리 건설과랑 도시교통과랑 축구하면 누가 이길까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서로 이긴다고 하다가 ‘그럼 한번 붙어볼까’한 게 이번 단합대회의 첫 시작이었다”고 했다.

두 과의 자존심 대결이 승부욕을 불태우다 못해 대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건설과는 25명, 도시교통과는 30명 정도 되는데 이 비공식 행사에 자발적으로 30여명이 참석했다. 적지 않은 인원이다. 주로 30~40대 였으며 3년차 미만 공무원도 5~6명 정도가 참석했다. 오히려 국·과장들과 군수에게 필참 주문이 떨어졌다.

직업병이 발동했다. 누가 공무원 아니랄까봐 철도유치 염원 현수막도 만들고, 간단히 계획안도 짰다.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신이 나는 법이다. 그렇게 젊은 공무원들끼리 짜고, 결재가 다 된 계획안을 국·과장들에게 들이밀었다.

심금화 건설국장은 “젊은 직원들에게 먼저 말걸기 어려운 요즘에 자기들끼리 정해서 필참이라니 기꺼이 함께 했으며 이런 기회를 준 후배들에게 너무 고마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친해지고 싶어도 선배는 선배대로 후배들에게 뭘 하자고 하기가 눈치보이고, 후배는 후배대로 입사한지 얼마 안 돼 직장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이 있다. 특히 MZ세대 공무원들의 퇴사율이 계속 높아져 전국적으로 지자체, 공공기관마다 소통 프로그램, 교육, 워크숍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요즘이다. 강원특자도 역시 도청 및 18개 시·군의 3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 면직자가 2020년 92명에서 2021년 123명, 2022년 10월 129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김영기(29) 건설과 주무관은 이제 1년 6개월 정도 된 저연차 공무원이다. 김 주무관의 입사동기 역시 20%정도가 퇴사를 했다. 김 주무관에게도 물었다. 정말 자발적으로 참석하셨나요?

김 주무관은 “네. 그냥 축구가 좋아서, 모여서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참석했어요. 자발적이지 않은 사람은 그 자리에 안왔을걸요. 눈치보느라 오고 그러지 않아요. 오기 싫으면 그냥 안오지”라고 답했다. 김 주무관은 이전에 군대에서 부사관으로 4년 정도 일하다 공무원 시험을 쳐 이직했다. 원주가 고향인 그는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단합대회 후 뒤풀이 자리에서 신영재 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지난 3월 1일 연휴에 홍천군청 건설과와 도시교통과 MZ공무원들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단합대회 후 뒤풀이 자리에서 신영재 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축구에 족구, 계주, 제기차기가 더해졌다. 축구, 족구는 건설과가, 계주, 제기차기는 도시교통과가 이겼다. 끝나고 뒤풀이도 이어졌다. 뒤풀이 역시 자율 참석으로 갈 사람은 갔고, 남을 사람은 남았다. 박 주무관은 필참해 준 국·과장, 군수를 위해 나름의 의전(?)을 준비했다. 딸의 ‘공주님 머리띠’가 바로 그것이었다. 뒤풀이 자리에서 머리띠를 씌워 드리며 감사함을 전했다.

박 주무관은 “이게 될까 싶었는데 다들 와서 재밌게 즐겼고, 서로 얘기나누며 ‘아는사이’가 됐다. 저는 10년차지만 업무가 겹치지 않는 이상 같은 국, 과여도 다른 직원과 말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서로 알게돼 좋다”고 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내킬 때 불현듯 또 다른 모양으로 뭉칠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18일 국별 축구대회가 있다고 했다. 군청 공식 행사냐고 묻자, 이 대회는 행정복지국 MZ공무원들이 기획한 비공식 자발적 행사라고 답했다. 지난해 겨울에 한 번했고,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대회에서 건설국이 골찌를 해 이번에 설욕전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 홍천군청 행정복지국 MZ공무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축구대회 기획안
▲ 홍천군청 행정복지국 MZ공무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축구대회 기획안

역시나 공무원답게 계획안을 돌렸는데 어드밴티지와 부서 협조사항 등이 재밌다. 일단 개회식은 생략이고, 5급 이상이 참석하거나 응원영상을 보내오면 가점이 부여된다. 부상 시 주변동료가 치료방법 조언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갈것, 패배했다는 사유로 업무협조 지연 금지, 운동 안 좋아하는 후임자 강제 참석 금지 등 ‘친선’이라 쓰고 ‘반강제’로 참석하는 행사가 아닌 정말 자기들만의 작은 축제로 준비되고 있다.
유승현 yoos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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