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곧 만사… 좋은 인재가 창의적인 지역발전 견인”
20여년 중앙부처 인사담당 ‘정보통’
“같은 일도 누가하냐 따라 결과 달라”
업무능력보다 원만한 인간관계 중시
공무원 수직문화·저보수 인기 하락
저연차·실무직 봉급 인상·처우개선
경찰·소방 간병·진료비 인상 추진
정년연장 형평성·청년 고용 고려를
올해 중앙-지방간 인사 교류 활성화
인재상 ‘소통·헌신·창의·윤리’ 정립
부처 칸막이 허물고 협업행정 구현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인사가 만 가지의 일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일의 근본이라는 의미이다. 국가적으로 보면 우수한 공직자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국가가 순리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큰 그림을 그리며 우수인재 채용부터 평가, 보상, 징계에 이르기 까지 공직자 인사를 총괄하는 정부조직이 인사혁신처이다.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원주출신 김승호(61) 인사혁신처장은 전형적인 공직사회 ‘인사통’이다. 35년간의 중앙부처 공직생활 중 20년 넘게 승진과 전보가 잦은 공무원 인사업무를 맡았다. 그는 “똑같은 일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인사를 잘 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강조한다. 지난 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처장을 만나 공직자로서의 인사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 원주출신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창현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 취재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원주출신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창현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 취재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인사혁신처는 어떤 조직인가.

“대한민국 공무원의 인사와 복무·연금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 기구이다.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안전행정부 소속으로 개편됐다가 2014년 국무총리 직속기구로 설치됐다. 공무원 채용부터 징계, 봉급에 이르기까지 공직사회 근무여건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제6대 인사혁신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4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하며 주로 인사부서에서 근무했다. 본인의 인사원칙이 있다면.

“인재를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사는 말 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다. 공직생활 중 인사업무를 자주 맡다보니 인사제도를 잘 이해하고 있을뿐 변수가 많은게 인사이다 보니 항상 고민이 많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시여기는 것은 업무능력 보다 조직 내 인간관계이다. 상·하급자간의 관계, 동료직원과의 관계가 원만해야 업무효율성도 높아진다. 직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기 소통하기 위해 저녁 식사자리도 자주 하는 편이다. 평소 나 역시 조직리더로서 함께 일하고 싶은 직장인인가 자문하기도 한다.”

- 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하위직급 공직자들의 공직 이탈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이고 대책이 있다면.

“9급 공무원 채용 경쟁률이 2020년 37.2대 1에서 올해 21.8대1로 떨어졌다. 공직에 임용되더라도 5년미만 저연차에 조기퇴직하는 MZ세대 공무원도 2019년 6663명에서 2022년 1만3321명으로 3년여만에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무원의 인기하락은 ‘경직된 공직문화’와 ‘낮은 보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질 민원도 공직사회를 떠나는 이유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공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수인재가 공직에 유입될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개선책으로 9급 초임봉급을 지난 해 5%에 이어 올해 6% 올리는 등 7~9급 저연차 봉급을 인상했다. 청년공무원에게는 임대주택을 최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등 저연차·실무직 복무여건과 처우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지난 해 처음 시도한 찾아가는 공직박람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공직의 보람과 가치를 적극 알려 나가겠다.”

- 이른바 ‘제복 공무원’으로 불리는 경찰,소방 등 위험직무 공무원의 처우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은.

“화재진압, 범인체포, 인명구조, 수해방지 등 국민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처우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당면대책 중 하나로 3월말부터 직무수행 중 다치는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들의 간병비와 진료비를 인상 지급할 계획이다. 간병비는 2009년 당시 지급기준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를 하루 최대 15만원 이내에서 실비 전액 지원하고 통증치료요법 등 급여항목을 추가해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겠다. 현재 입원 중인 경우라도 소급 적용할 것이다. 아울러 화재진화나 인명구조 등 위험직무에 따른 수당 신설 또는 인상도 적극 추진하겠다.”

- 최근 부처 24개 국·과장급 자리를 맞바꾸는 인사교류를 시행했다. 부처간 상충업무에 대해 협업할 수 있다는 장점에 반해 전문성 부족과 업무혼선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언론에서 제기한 공직사회 과제 중 하나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행정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런 구상 속에 정부 정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장급 10개, 과장급 14개 직위를 전략적 교류인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대표적으로 건설과 환경을 놓고 업무상 갈등소지가 있는 국토부 국토정책관과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이다. 기획재정부 개발사업과장과 외교부 개발전략과장도 자리를 맞바꿨다. 인사교류 대상자는 협업과제 수행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각종 인사우대와 수당지급, 복귀후 희망 보직 부여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전략적 인사교류는 다수 부처가 연관된 정책을 범정부적 시각에서 조율할 수 있는 전문성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직자 간 인사교류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인데, 어떠한 방안이 있는지.

“지난 해 26개 중앙부처와 2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144개 직위 288명의 공무원들이 인적교류를 실시했다. 이들 중 강원특별자치도 5급 공무원 8명도 해양수산부,환경부,국방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며 업무역량을 강화했다. 올해 인사혁신처는 중앙과 지방간 인사교류를 중점 추진분야로 설정하고 재난안전,농축산산업진흥 등 정부정책과 집행의 연관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직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인사교류자에 대한 수당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복귀후에는 교류경력을 보직에 반영해 상호 교류가 보다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

- 저출산·고령화와 공무원연금 지급시기 등을 감안해 공직자 정년연장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검토되고 있는 사항은.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에 따라 연금 지급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65세로 상향돼 정년연령과 연금 지급개시 연령과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금지급개시에 맞춰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정년연장은 범국가적인 인구정책 차원에서 민간부문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다. 민간과의 형평성,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 후배공무원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공무원상이 있다면.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에게 민원인을 가족처럼 대하라고 주문한다. 가족과 소통하고 공감하듯이 일하고 헌신과 열정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또 끊임없이 창의와 혁신적인 발상을 가져야 하고 공직자로서의 윤리·책임을 간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소통·공감, 헌신·열정, 창의·혁신, 윤리·책임이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공무원 인재상으로 정립했다. 앞으로 공무원 채용, 교육, 평가, 승진, 보상 등 인상체계 전반에서 적용해 나갈 것이다.

- 강원특별자치도가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했다. 애향심이 남다른데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조언한다면.

“현재도 모친을 뵈러 고향 원주에 자주 다녀온다. 특별한 강원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발한 만큼 외형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우수인재가 모여들고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 좋은 인재가 결국 창의적인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강원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재가 성공열쇠이다.” 박창현 chpark@kado.net

■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누구?

1963년 원주에서 태어나 원주고,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행정고시(28회)에 합격, 공직에 입문했다. 안전행정부 인사기획관·인력개발관·인사실장을 역임하고 박근혜정부 당시 인사혁신비서관을 지냈다. 2016년 차관급인 소청심사위원장에 이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발탁돼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민회가 수여하는 2023자랑스러운 강원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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