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선사박물관
양구 상무룡리 댐 건설 과정서 유적 발견
1997년 국내 최초 선사시대 박물관 건립
모조품 없이 100% 실제 유물만 전시해
■양구 근현대사박물관
고 박민일 박사 유족 500여점 자료기증
송광호 본지 북미특파원 380여점 보태
2014년 강원 최초 근현대사박물관 탄생

청춘 양구에서는 타임머신을 타지 않아도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양구읍 파로호의 꽃섬과 한반도섬 인근에 자리잡은 양구선사박물관·양구근현대사박물관의 주먹도끼부터 카메라까지 멀고 가까운 과거에 사람과 자연이 만든 전시품들이 오늘까지 남아 그때의 사연을 말없이 들려준다. 양구지역 역사 뿐만 아니라 강원도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인류사는 물론 지구 자연사의 단편까지 볼 수 있다. 지구의 나이가 45억~50억년이라면 인류의 400만년 여정은 너무 짧다. 인류 발전 과정에서도 99.8%는 선사시대이며 0.2%만이 역사시대다. 느린 걸음과 고정된 시선은 과거에 닿고, 과거는 미래와 통한다. 어쩌면 시공간이 겹칠지도 모른다.

# 함춘(含春), 봄을 머금은 곳

선사·근현대사박물관이 자리잡은 양구읍 하리 맨 북쪽(금강산로 439-52) 지역에는 과거 함춘역이 있었다. 조선 초기 강원도의 역은 4개 역도(驛道), 78개의 역(驛) 체제가 대체로 유지됐다. 양구에는 수인역과 함춘역이 존재했다. 규모는 함춘역이 더 컸다. ‘관동지’에 의하면 함춘역에는 대마 2필, 복마(짐 싣는 말) 5필, 역리33인, 역노 59명, 역비 17명이 있었다. 함춘리는 1937년 하리에 편입됐다. 조선 말 양구지역 주막은 상리 읍장가리주막, 우망리 소발아기주막, 함춘리 함춘주막 등이 있었다. 함춘은 역과 주막이 있던 곳이다.

선사·근현대사박물관의 2024년 방문객 목표는 2만5000명이다. 올해 지역 역사문화자료 아카이빙사업을 역점 추진한다. 오는 4월 해리의 옛 이야기 ‘봄날은 간다’ 전, 10월 강원대 협업 전시회 ‘상무룡리를 만나다’를 개최한다. 5~8월 4회에 걸쳐 토요작은음악회, 10월 9일 함춘문화예술제를 연다. 또 4월부터 11월까지 일요역사아카데미, 청소년 마음&꿈 아카데미, 박물관 어린이문화학교, 박물관 병아리 전통문화학교, 가족문화사랑방, 전통문화강좌(5개 강좌) 등 다채로운 교육·체험·강좌를 마련한다.

# ‘99.8%’ 양구선사박물관

일제 때 화천댐 건설로 수몰됐던 양구 상무룡리 일부 지역의 지표가 1980년대말 잠시 노출됐다. 북한의 금강산댐에 대비하기 위해 평화의댐을 건설하기로 했고 댐 기초공사를 위한 파로호 방류로 드러난 퇴수지역에 대한 지표조사 과정에서 상무룡리 구석기 유적이 발견됐다. 북한강 유역 최초의 구석기 유적이다. 1987년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흑요석기를 포함해 6000여점의 석기가 출토됐다. 이곳은 북한강 유역 구석기문화의 대명사가 됐다. 양구 서천과 수입천이 만나는 지점 강 언덕의 경우 중기와 후기 구석기의 문화층이 위·아래로 위치해 주목받았다.

양구선사박물관은 1997년 건립된 대한민국 최초 선사시대 전문박물관이다. 상무룡리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양구지역뿐만 아니라 춘천지역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이 많다. 율문리, 거두리, 하중도, 삼천동, 신매리, 천전리 등 춘천 곳곳에서 발견된 유물이 다수 전시돼 있다. 횡성 중금리, 홍천 하화계리, 강릉 강문동, 강릉 방동리, 고성 송현리 등 영서와 영동을 아우르는 도내 유적의 발굴 유물도 만날 수 있다.

양구 고대리·공수리 청동기시대, 해안 만대리 청동기 유적 등과 춘천, 화천, 홍천, 인제 등지의 북한강 유역 선사유적 출토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강릉, 고성 등 영동지역 출토물도 만날 수 있다. 100% 실제 유물을 전시한다. 파로호 수몰지역인 고대리·공수리 고인돌들이 선사박물관 뜰로 이전돼 양구 고인돌공원으로 조성됐다.

# 삼엽충 화석 + 양구 역사 체험

양구선사박물관의 삼엽충화석전시실 전시품은 고생대 화석 수집가·연구자였던 고(故) 원달기 선생의 유족들이 기탁한 것들이다. 국내 첫 삼엽충 특화 화석 전시실이 2013년 1월 개관됐다. 삼엽충은 5억4000만년 전 캄브리아기에 등장해 3억년을 살면서 바다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삼엽충은 지구상 최초의 눈을 가진 생물이었다. 삼엽충은 2억5000만년 전 바다·육지의 생물 96%가 멸종된 페름기 대멸종 때 사라졌다. 5억년 전엔 삼엽충이 번성하는 바다였던 태백과 영월 등에서 채집된 화석들이 전시돼 있다.

선사박물관에서 출발해 고인돌공원을 지나 만날 수 있는 양구역사체험관은 2020년 6월 9일 개관했다. 양구의 역사를 일람하면서 체험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1층은 일반전시실, 어린이역사체험관, 카페테리아, 세미나실로 구성돼 있다. 일반전시실에는 양구의 동물·식물 전자도감과 박제가 전시돼 있으며, 양구 선사시대와 백자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양구 한국전쟁 과정을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해 보여주고 있으며, 양구 설화·민속놀이, 박수근 화백 관련 콘텐츠도 만나볼 수있다. 어린이 역사체험관은 박수근 그림퍼즐, 백자 도자기 퍼즐, 파발꾼 의상과 마패 탁본 체험, 태극기 스탬프 찍기, 나무블록을 활용한 금강산 여행 등 어린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 ‘0.2%’ 양구근현대사박물관

‘청춘을 지향하는 양구의 역사, 문화, 경제는 세계의 불꽃이 되어 온 누리를 밝히리라. 온고지신 법고창신하는 양구는 그 가치가 글로벌 속에서 무궁히 빛나리라.’

석우(石牛) 박민일 박사는 토기, 도자기, 서화, 고문서, 엽서, 민예품, 우표, 씰, 영화자료, 창간호, 아리랑 자료 등 양구근현대사박물관 500점에 가까운 전시품들을 기증하며 이같은 ‘헌사’를 보냈다. 송광호 언론인은 대한제국 때의 실제 여권을 비롯해 북한 등 각국우표, 조선 풍속엽서 등 등 380여점의 자료를 기증하며 “30년 해외기자활동을 통해 많은 역사자료를 접했다. 평소 역사자료에 관심을 두면 생각지 못한 데서 귀한 물품을 만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근현대사박물관은 2014년 9월 4일 개관했다. 양구의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과 옛 산간 농경생활의 농기구, 생활 민속자료들이 전시돼 있던 양구향토사료관이 국내 제1호 아리랑 박사인 고(故) 박민일 박사와 당시 송광호 강원도민일보 북미특파원의 근현대 역사 자료 기증으로 확장 보완돼 강원 최초의 근현대사박물관으로 진화했다. 제1전시실에서 눈길을 끄는 전시품은 일제에 의해 1905년 11월 외교권을 박탈당하기 전인 1905년 4월에 발급된 대한제국의 여권이다. 엽서관과 우표관, 씰관이 있으며, 제2전시실은 영화관, 아리랑관, 창간호관의 자료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양구의 과거·현재·미래를 소개하는 양구관과 세미나실 등으로 활용되는 추억의 교실이 있으며, 건물 밖에는 화전농경의 상징인 ‘쌍겨리’와 항아리, 석물, 수복주택, 디딜방앗간 등이 복원돼 인물모형과 함께 설치돼 있다. 박물관 입구의 함춘주막에서는 새봄부터 입맛도는 음식 등 즐길거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뮤지엄숍과 카페테리아에서 연중 음료, 문화상품 등도 만날 수 있다. 이동명 ld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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