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업은 늙지 않는다
KTX역이 있고 면 소재지에 대학이 세 군데
흥이 저절로 차오르는 곳
흥 UP 외치면 속도가 무섭게 따라붙지만
한결같은 메밀묵과 수타 자장면 옛날 보리밥
수그려야 들어가는 맛집 기둥엔 청춘의 낙서들
회촌엔 잠들지 않는 문학관의 불빛들
중천에 떠 있는 중천철학도서관
임도를 걸으면 대낮에도 빛나는 반딧불이들
젊은 성당과 늙은 여관이 길 하나를 마주보고 시틋한데
막막한 눈발은 흥업 사거리에 퍼붓고
끝내 버스는 오지 않는다
길을 지우며 길을 시작하는 눈조차 아득해서
흥업, 이 말을 흥얼거리면
세상에 없는 예술을 꿈꾸다
떠나간 당신도 잘 될 거란 믿음이
돌판 위 삼겹살처럼 구워진다
우리는 흥업에서 만나고 흥업에서 헤어진다
언젠가 풀리는 날 눈덩이처럼 뭉칠 사람들
당신 잘 되길 바라요, 흥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