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고 70년 故 장윤 ‘지역교육’ 되새기는 계기로

원주 대성고 초대 장윤 교장(1927~2024)이 3월 12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제강점기 춘천, 강릉에 비해 교육여건이 불리했던 원주에서는 광복 이후 민간 차원에서 남녀 고등학교 설립을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지역인재 양성과 교육 열망이 반영된 결실 중 한 곳이 대성학원이며, 장일순 초대 이사장과 장윤 초대 교장 역할이 컸습니다.

대성학원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부터 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으고 자산을 내놓으며 1954년 장일순, 장윤, 김재옥, 김종호, 이종덕, 한명희 등에 의해 탄생됐습니다. 민족의 양심을 살리고 나라를 일으키는 주역을 양성하는 목적과 함께 전쟁으로 피폐한 원주지역의 가난한 청소년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취지가 컸습니다. 당시 원주엔 실업학교인 원주농고만 있어서 인문계 고교로 진학하려면 춘천이나 서울 타 도시로 유학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명 ‘대성’이 독립운동가 안창호가 세운 대성학교에서 따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거짓, 공리공론, 불신, 비겁을 배격했던 안창호의 교육관 영향으로 대성고의 첫 교훈은 ‘참되자’였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주역으로서의 시대적 과제는 1960년대 반독재 활동으로 나타났습니다. 1960년 4월 이승만 대통령 하야 담화 발표 때 대성고와 원주고, 육민관고, 원주농고 학생 500여명이 결집해 환영 및 경찰 간섭 배격 시가행진을 펼쳤습니다. 1965년 4월 2일에는 대성중·고교 학생들이 전국 고등학생 최초로 한·일 굴욕외교 반대시위를 집단적으로 전개하며 시대적 과제에 앞장섰습니다.

원주 첫 인문계 고등학교 운영을 위해 대성학원 설립인가된 것이 1954년 3월 24일이고, 대성고 개교일은 5월 7일로 70주년을 앞둔 시점이어서 지역교육과 인재양성에 대한 남다른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균형 심화로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아야 하는 것이 최대 현안이 됐기에 더 그렇습니다.

과거 지역을 떠나 서울 명문대에 들어가 입신양명, 출세하는 것이 인재상이었다면 지금은 강원에 정착해 함께 호흡하는 인재를 원하는 시대입니다. 일례로 강원도내 의대에 강원 학생이 소수 입학한 결과 의사 인력을 조달하지 못해 공공의료원 진료과목이 폐지돼 의료서비스가 악화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70년 전 대성학원 설립과 마찬가지로 지역인재 창출에 지역사회 역할을 다잡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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