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요즘 애들’은 쇼츠나 릴스 등 짧지만 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문화를 이끌면서도 아이러니하게 90년대 유행하던 레트로 감성을 재현한 통 넓은 바지를 입거나 LP판 카페를 찾아간다. 이들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MZ’라고들 하지만 사전적으로 보면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치열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강원도민일보 디지털국 뉴스부 MZ기자들이 ‘MZ세대’의 트렌드와 문화의 길을 따라가 본다.

4. MZ세대라고 무조건 ‘워라밸’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 춘천 명동에서 한 직장인이 힘찬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 춘천 명동에서 한 직장인이 힘찬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인 인식 조사 결과 최다 응답자인 36.6%가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이 보장되는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월급과 성과 보상 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 정년 보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 등이 그 뒤를 이었지만 MZ세대가 ‘워라밸’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MZ세대의 ‘M’을 담당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미 미 미 제너레이션(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 퍼스트(Me first)’로 무엇보다 자신을 가장 위한다는 뜻을 담았다.

MZ세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또한 이와 유사하다. MZ세대는 회사보다 개인을 더 중요시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참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둬버린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직 회사에 남아있고, 성실하게 또 열심히 회사 생활하는 MZ세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회의 인식처럼 MZ세대는 ‘워라밸’만을 중요시하는 게 맞나?

MZ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지, 이상적인 회사는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는지 MZ세대 직장인 4명에게 직접 물었다.

 

 

▲ 매서운 한파를 뚫고 출근하는 직장인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 매서운 한파를 뚫고 출근하는 직장인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Q. 회사 생활 중 가장 퇴사하고 싶은 순간은?

A(25세) 씨 : 직장에 갈 때마다 은은하게 불행한 기분이 들 때면 퇴사를 고민했다. 적은 보수체계 등 회사의 전반적인 문제를 오랫동안 버틸 자신이 없다. ‘이곳은 답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면 언젠가 떠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B(31세) 씨 : 회사 인력 부족으로 타 부서의 일을 할 때, 지속적으로 부당하다고 의견을 말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어쩔 수 없다’일 때 계속 이 회사에 다닐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내 위치가 이도 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만두고 싶었다. 적당히 쉴 때 쉬고 일할 땐 일하는 게 업무능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쉴 때 이리저리 눈치 보고 스트레스받을 때도 그만두고 싶다.

C(25세) 씨 :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고민이 들거나 성장 없이 연차가 쌓이는 것 같을 때 퇴사 욕구를 불현듯 느낀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커리어를 발전해 나가고 싶을 때 퇴사나 이직 생각을 하게 된다.

D(35세) 씨 : 내가 일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을 때 ‘내 길은 이 길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인생은 긴데, 좀 더 적성에 맞는 회사에 다니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내 능력을 키워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 구인 정보를 살피는 구직자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 구인 정보를 살피는 구직자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Q.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회사는?

A 씨 : 안정적인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을 지향하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 늘 하던 업무만 하는 건 싫다. 업무를 통해 성장하고 싶다. 다만 일터에서 일하는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내 분위기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을 주는 회사에 다닌다면 더욱 행복할 것 같다.

B 씨 : 좀 더 전문적으로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내 능력에 대해 인정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이상적인 회사라고 생각한다. 연차,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으면 더 좋다.

C 씨 :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존중해 주는 회사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휴식과 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취미 생활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 아쉬움을 느낀다. 휴무가 제대로 주어져 충분한 휴식을 가진다면 업무의 효율성도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D 씨 :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열심히 일하면 보수나 승진 같은 대우가 보장되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 나 혼자 성장하는 것도 좋지만 회사와 내가 같이 성장하는 기분이 들 때 자존감도 커지고 사회적 역할에 대한 보람도 있을 것 같다.

 

▲ 아이클릭아트 자료사진
▲ 아이클릭아트 자료사진

◇ 무조건적인 낙인보다 함께하는 길 찾아야

응답자들은 자신을 향한 회사의 부당한 대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회사의 구조적 문제나 회사 내에서 자신의 ‘쓰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워라밸’ 등 개인적인 이익을 챙겨주는 것을 중요시하면서도 업무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고 복지체계가 탄탄한 회사를 이상적인 회사로 생각하고 있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앞으로 입사하는 모든 신입사원은 MZ세대라는 점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사내 MZ세대의 비중이 기성세대보다 높아질 것이다.

MZ세대를 향해 무조건적인 낙인을 찍기 보다는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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