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비꽃 
▲ 제비꽃 

봄은 ‘기억의 계절’입니다. 추억을 되살려 또 다른 생(生)을 일구는 탐색의 시간! 씨앗이 움트고 새싹이 돋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지요. 수억 년 되풀이된 환생과 진화의 과정입니다. 봄이 없다면 ‘기억’이 사라진 ‘불임의 시간’만 남을 뿐, 그 어떤 새로움도 기대할 수 없겠지요. ‘기억의 뿌리이자 제왕’인 봄! 이 계절에 ‘나를 생각해 달라’며 온몸으로 지난 ‘기억’을 증명하는 식물이 있습니다. 국내에만 50∼80여 종, 지구상엔 수백 종이 살고 있지요. ‘순진무구한 사랑’, ‘나를 생각해 주오’라는 꽃말을 지닌 제비꽃입니다.

흰제비꽃 남산제비꽃 노랑제비꽃 알록제비꽃 단풍제비꽃 등 서식처와 꽃 빛깔로 이름을 달리하는 제비꽃은 어린잎을 데쳐 나물로 먹거나 해열 해독 등 다양한 용도로 쓰입니다. 멜라닌 생성을 억제, 미백효과가 뛰어나고 꽃잎을 말린 차는 소화 기능을 돕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뿌리를 포함한 전초를 말려 백지정(白地丁)이라 칭하는 약재로 쓰는데 간염과 대장염 황달 화농성 질환 등에 처방한 기록이 보입니다. 약재를 물에 달이거나 꽃잎을 차로 우려 마시면 산뜻하고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봄과 제비꽃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주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어떻습니까. 제비꽃이 피어나서 봄일까요. 봄이라서 제비꽃이 필까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제비꽃이 일깨우고 싶은 건 겸손과 사랑, 행복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는지.

시인은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꽃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게 제비꽃이든 뭐든 허리를 꺾고 고개를 숙인다는 건 스스로 낮춘다는 뜻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꽃을 볼 때는 허리뿐 아니라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두 손을 땅에 대고 꽃과 눈을 맞추는 거지요. 그래야 꽃이 건네는 말이 들립니다. 채 1㎝도 안 되는 꽃송이와의 눈맞춤! 그러나 놀라지 마세요. 그 한순간만으로도 당신은 이 봄을 통째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벚꽃 총선이 곧 다가옵니다. 어떤 후보가 당신의 눈높이에 맞춰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하는지 들어보시길. 당신의 선택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습니다. 남겨질 기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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