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화 한림대 국제학부 겸임교수
▲ 이종화 한림대 국제학부 겸임교수

나는 8년 전부터 아르헨티나 탱고를 즐기고 있다. 인생의 몇 가지 잘한 선택을 들라면 탱고를 배우기로 한 결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춤을 추게 되면 얻게 되는 장점을 구구절절하게 나열한다면 끝이 없겠지만, 실제로 탱고를 배우면서 경험하게 되는 삶의 활력과 즐거움은 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춤과 음악이 존재하는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은 춤에 대한, 특히 커플댄스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 시도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고대에는 춤(dance)과 음악(music)이 구분되지 않았다고 한다. 춤을 추려면 음악이 있어야 하고, 음악이 있으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작은 율동이라고 몸을 움직이면서 춤을 추게 되는 유일한 포유류라고 한다. 고난도의 세련된 현대무용도 있고, 몇몇 남아있는 원시부족이 인간의 본능에 의해서 형성된 초창기 춤의 형태로 즐기고도 있다. 즉 인류 문화에서 춤이 없는 시기나 장소는 없다는 의미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세계적으로 춤과 음악을 즐기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도 있다. 쉽게 K-pop 아이돌의 성공을 보면 부인할 수 없는 증거다. 서울은 아시아의 중심지라고 평가받고 있어서 탱고를 는 사람도 많고, 추는 장소인 밀롱가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은 도시다. 홍익대 부근에 밀롱가가 밀집해 있는데,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폴, 베트남에서 오로지 탱고를 출 목적으로 온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다. 한번 다녀간 외국인은 한국사람들의 춤 실력에 매료돼 반드시 다시 오게 된다.

왜 이렇게 춤의 매력에 빠질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인간의 본능에 춤과 음악은 내재해 있다. 하지만 막상 춤을 배우려면 커플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마주치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춤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춤을 선택하면 된다. 해외여행을 가서 건물과 유물같은 유형문화재만 보지 말고, 춤 같은 무형문화를 외국사람들과 공유하는 하게 되면 다양한 시각과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외국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험은 관광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취미를 주제로 하는 대화가 얼마나 즐거운지는 해본 사람이면 다 안다. 해외여행을 가서 주요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고 오고, 정작 현지 사람과는 대화 한번 하지 못하는 여행은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춤은 필연적으로 즐거운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게 되니, 자연스럽게 기분을 좋게 만들고, 같은 춤을 추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소속감을 느끼는 집단을 느끼게 한다. 전 세계에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춤을 추면 얻게 되는 좋은 점은 첫째 춤이 모든 척도의 기준이 된다. 남녀노소가 다 즐기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춤을 추지만, 가장 선호되는 사람은 춤을 잘 추는 사람이다. 젊거나, 재산 많거나, 고위직에 있거나 다 소용없다. 그러니 잘 추려고 노력하면 적응이 된다. 둘째 취미로서 발전의 여지가 많다. 춤을 추라고 권하면 첫 반응이 몸치라고 한다. 다시 물어본다. 세계 탱고 챔피언이 꿈이거나 혹시 춤을 춰서 돈을 벌려고 하냐고. 아니면 열심히 노력해서 꾸준히 오랫동안 즐기면 된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춤 실력에 기쁨을 느끼면 된다. 셋째로는 자기관리가 된다. 다른 사람과의 신체적 접촉이 필요해서 냄새나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고, 유연한 동작을 위해서 필자처럼 요가와 근육운동을 해서 얻어지는 건강은 덤이다. 게다가 매일 저녁 갈 수 있는 도심에 위치한 장소의 탁월한 접근성과 배우는 비용의 저렴함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아직도 춤 안 배우고 뭐 하세요?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