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합니다
반은 잘려 나가 고목이 되었지만
남은 가지
몇 송이 꽃으로 벌들을 부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볕 좋은 봄날
마당에 솥을 걸고 엿기름을 달입니다
고추장을 만드나봅니다
벌들이 잠시 한눈을 팔고 그 쪽으로 날아갑니다
달달하니 노곤노곤합니다
마른 옥수수 대공은 불쏘시개가 됩니다
후루룩 바람을 타고 불꽃이 핍니다
까만 잿불이 날립니다
아직은 살만합니다
엿기름이 끓어 오르고
몽글몽글 꽃잎을 만듭니다
달달하게 피어오릅니다
옹이에 개미들이 드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