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사북 양돈농가 화재
최근 3년간 지역농가 최대 피해
무너진 축사 잔해 속 사체 처참
“모돈까지 폐사, 복구 엄두 안 나”

▲ 18일 양돈농가가 불에 타 뼈대만 남아있다. 전날 오전 4시 11분쯤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에 위치한 4000㎡(약 1200평) 규모의 대형 양돈농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박재혁
▲ 18일 양돈농가가 불에 타 뼈대만 남아있다. 전날 오전 4시 11분쯤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에 위치한 4000㎡(약 1200평) 규모의 대형 양돈농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박재혁

춘천 사북면에 위치한 양돈 농가에서 불이 나 돼지 1000여 마리가 죽었다. 최근 3년 사이 춘천에서 발생한 양돈농가 화재 중 가장 큰 피해 규모다. 농가는 애지중지 키우던 돼지를 하루아침에 화재로 잃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 17일 오전 4시 11분쯤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에 위치한 4000㎡(약 1200평) 규모의 대형 양돈농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모돈 260마리, 젖돈 360마리, 포유자돈 450마리, 웅돈 4마리 총 1074마리가 소사하고, 축사 5동 및 트랙터 1대가 소실되는 등 춘천시 축산과 추정 6억여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는 최근 3년 간 지역에서 발생한 양돈농가 화재 피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 1979년부터 선친이 경영하던 양돈농가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던 김모(62)씨는 하룻밤 사이 화재로 인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방문한 김씨의 양돈농가는 화재로 인해 아수라장이었다. 무너진 축사 잔해에서 돼지 소사체가 끊임 없이 꺼내져 나오고 있었고, 불에 타다 만 축사 한 켠에는 죽은 돼지와 살아있는 돼지가 뒤엉켜 있는 모습이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돼지들의 비명소리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김씨는 무너진 축사에서 포크레인으로 직접 돼지 사체를 꺼내고 있었다. 김씨는 “선친 때부터 시작해서 거의 45년을 여기서 양돈농가를 해왔는데 이번 화재는 복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돼지를 키우려면 2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는데 화재로 모돈까지 모두 잃었으니 비용도 비용이고 나이가 올해 62세인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양돈농가를 계속 이어가야 할 지 고민 중이다. 그는 “그동안 사비를 들여 이중으로 장벽도 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해봤지만 악취 민원이 가라앉지 않았다”며 “동네에서 욕먹는 것도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재당일 합동감식을 진행한 경찰·소방당국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로 보고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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