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 전시 유물 새단장
‘금강산과 관동팔경’ 11건 재편
파격적 형식 ‘총석정도’ 눈길
청간정·내금강 등 서화로 감상
오백나한 14점 2년만 춘천행
국내외서 사랑받은 유물 엄선
“치유의 여정으로 안내할 것”

화폭에 담긴 강원 관동팔경과 창령사 터 오백나한.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재열)을 대표하는 대표 브랜드이자 문화재다. 두 주제를 대표하는 주요 전시품들이 최근 박물관 전시장에 새로 들어와 봄날의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은 본관 2층 상설전시실의 브랜드존 ‘이상향으로의 초대: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서화 전시품과 ‘창령사 터 오백나한: 나에게로 가는 길’의 전시품을 최근 일부 교체해 새 단장했다.

강세황 ‘풍악장유첩-청간정’
강세황 ‘풍악장유첩-청간정’

 

■ 새로 펼치는 그림 속 관동팔경

브랜드존에 새로 전시된 11건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전시품은 ‘총석정도’다. 윤익성·윤광자씨의 기증작으로 현존하는 관동팔경 그림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이다. 1557년 금강산과 관동 지역을 유람한 한 선비가 그렸는데 기이한 형태로 우뚝 솟은 육각 돌기둥을 그려낸 구도와 표현방식이 파격적이다. 총석과 절벽을 수평으로 놓고 눈높이에서 표현한 것이 대부분인 조선시대 총석정 그림과 달리 아래에서 위로 바라본 시점으로 표현했으며, 음영 효과도 남다르다. 파도, 소나무, 새 등이 화면에 더해졌다.

김하종의 ‘해산도첩’은 1816년 춘천부사 이광문의 주문에 따라 관동지역과 설악산, 금강산을 함께 유람한 후 그린 화첩이다. 25폭의 그림 중 이번 교체로 선보이는 그림은 △수미탑 △구구동 △분설담 등 내금강 명소 3곳이다. 당시 24세로 젊은 화원이었던 김하종이 장소마다 어울리는 구도와 시점을 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잘 나타나 있다. ‘수미탑’과 ‘분설담’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본 시선으로 웅장하게 표현했고, ‘구구동’은 이전까지 그려지지 않다가 처음 그림에 담겼다. 펜으로 그린 듯 짙고 빠른 필선이 돋보이고 채색법도 수묵에 청록색 선염을 더해 특색이 뚜렷하다.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 중 ‘바위 뒤에 앉은 나한’.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 중 ‘바위 뒤에 앉은 나한’.

18세기 예단의 총수로 불리는 강세황이 금강산을 유람한 후 만든 서화합벽첩 ‘풍악장유첩’에서는 ‘청간정’ 그림을 소개한다. 기존 죽서루에서 면을 교체했다. 제자 김홍도가 그린 ‘해동명산도첩’의 초본과 닮아있다. 강세황은 1788년 영동지역과 금강산의 명승을 그려오라는 정조의 어명을 받았던 김홍도의 봉명사경에 합류했지만, 76세의 나이로 노쇠해 외금강과 관동팔경은 함께 둘러보지 못했다. 따라서 이 그림을 비롯해 ‘풍악장유첩’에 실린 관동지역 명승 그림은 김홍도가 여행 후 전달한 초본을 보고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 금강전도첩(작자미상)도 면을 교체, ‘구룡폭’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밖에 △금강산도화첩(작자미상)의 진불암 △묘길상(엄치욱) △백운화첩(백운·인명 미상)의 천선대 △해산정(작자미상) △관동팔경 그림병풍(작자미상) △금강산 그림 병풍(작자미상) △해금강 송도(김영기) 등 관동팔경에 대한 당대 선비들의 애정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이중 4건은 기존 전시 화첩 중 새로운 화면이다. 강한라 학예연구사는 “실경 그림을 통해 직접 가보지 못한 명승을 이해하고 견문을 넓힌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작자 미상 ‘총석정도
 작자 미상 ‘총석정도

■ 다시 뽐내는 투박한 미소

국립춘천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창령사 터 오백나한’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대표 나한들이 다시 박물관 브랜드실로 왔다. 약 2년만에 ‘나한의 미소와 다시 만나다’를 주제로 한 전시를 통해 관객들을 초대한다.

빼꼼히 얼굴을 내민 미소로 가장 잘 알려진 ‘바위 뒤에 앉은 나한’을 비롯해 고요히 수행하는 모습의 ‘암굴 속 나한’, ‘합장하는 나한’ 등 그동안 국내외 전시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대표 나한상 14점을 다시 만날 수 있다.

2018년 박물관 특별전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오백나한은 국내외를 순회하며 강원의 역사문화를 알려 왔다. 2019년 관객들이 몰렸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과 부산박물관 특별전을 시작으로, 2022년 전주, 2023년 강릉과 제주 등 전국 각지를 순회했다. 특히 2022년에는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호주 시드니 파워하우스박물관에서 23만여명의 현지 관람객들을 맞이하기도 했다.

김하종 ‘해산도첩-분설담’
김하종 ‘해산도첩-분설담’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성자를 의미하는 ‘나한’은 중생이 복을 누리도록 돕는 신통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은 2001년 처음 발굴된 후 나한상과 보살상 317점이 확인됐었다. 이후 박물관의 전시 브랜딩을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나한의 다양한 표정과 투박한 미소 속에서 위로받아 왔다. 박물관 관계자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나한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은 대표 유물로 전시실을 꾸렸다. 희로애락의 우리 마음이 담긴듯한 나한이 치유의 여정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초대했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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