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기억은 더 이상 없다.
유난히 이웃 이파리들이 팔랑이고
샘물이 반짝이었을 어느 날
마지막 노을이 지고
마지막 새벽이 지나갔으리
숲의 자리 하나 비워
또 다른 싹들이 볕들도록
내 어머니가 그랬듯
진정 태반 되는 풍장이니
부스럼 일으키던 미물도
떠날 채비의 시간
미움 대신 남은 체액마저
보시하는 기쁨이니
떠나는 슬픔이란 애초 없구나
일면식 없는 애벌레가 자라
또 다른 우주의 요람이 되는 것은
만 개의 달과
만 개의 태양이 오가며
잎 피우고 지고 열매 내린 뜻이었으리
바람에 마지막 마른 젖은 물린 채
숨을 거둔 우주 하나가
설레듯 팽창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