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수 강원초등교장협의회장·양양초 교장
▲ 김동수 강원초등교장협의회장·양양초 교장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돌봄 체계의 핵심인 늘봄학교는 이제 아무리 힘들어도 되돌리거나 후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15년간 280조라는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합계 출산율 0.78이라는 초저출산의 충격적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굳은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이번 3월부터 도내 84개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모든 학교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정부의 다급한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지금은 ‘하면 된다’며 밀어붙이던 1970년대 산업화 시대가 아니다.

본교도 늘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건 정말 아니지 싶다. 먼저 본교 늘봄 전담교사는 중등 영어교육 전공자가 채용되어 초등 과학을 가르치며 늘봄교실 업무를 담당한다. 교원의 자격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급별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인데, 교육부에서는 아무런 근거 없이 중등교원 자격증 소지자를 배치하도록 했다. 이는 초등교원의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다음은 본교에는 기존 돌봄교실에 20명이 있고, 4개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어서 늘봄교실 신청을 한 아이는 단 7명인데 그나마 현재 늘봄교실에 남아있는 아이는 단 세 명뿐이다. 더구나 곧 양양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이 개설될 경우 이마저도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학교 사정이 이런데 100명 이하의 학교가 64%나 되는 도내 소규모 학교들의 경우는 더 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작은학교 돌봄교실에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방과후 교실로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늘봄교실을 도입한다면 예산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정책을 입안하는 부처에서는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상명하달식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돌봄과 육아가 요즘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정책을 실행하는 책임자로서 이것은 정말 아니라고 호소하고 싶다. 제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화천복합커뮤니티 센터가 온종일 돌봄센터를 구축하여 맞벌이 부부의 양육 부담을 줄여주는 사례로 외국 언론에도 소개됐다. 양구, 인제, 횡성지역의 경우 ‘다함께 돌봄센터’를 운영하여 효과를 보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초등학생들은 방과 후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인 공민관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늘봄학교가 아니라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들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제안을 한다.

첫째, 지자체의 실정에 맞게 ‘다함께 돌봄센터’를 확대 운영하는 것이다. 둘째, 저출생에 따라 폐원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공간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아파트를 신설할 때 일정 규모의 돌봄 시설을 운영하도록 관련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아파트도 이런 법 규정을 소급 적용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부모들이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늘봄교실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학교는 교육의 공간이지 보육의 공간이 아니다. 보육과 돌봄은 지자체가 운영의 주체가 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늦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하는 정부 정책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