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영 육군 11기동사단 사자여단 일병
▲ 이준영 육군 11기동사단 사자여단 일병

‘폰딧불이’라는 말이 있다. 어둑한 곳에서 환히 빛나는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인 양 지니고 다니는 사람을 이르는 표현이다.

일과가 끝나고 생활관에 들어가면 폰딧불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루를 마치고 개인 정비 시간에 침대에 누워 쉬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 시간은 군대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18개월 군 생활 동안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좋은 동기를 만나 함께 책을 들고 자습실로 가기도 하고, 선후임과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할 때도 있었다. 우리의 화촌면 교육 봉사도 그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우리 중대는 홍천군 군(軍) 장병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해 ‘군 장병을 통한 홍천군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주제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교육에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학생들을 위해 군 장병들이 선생님이 돼주자는 아이디어였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아이디어 개발 단계부터 함께해 준 화촌면 중·고등학생들과 4명의 병사 과외 선생님들의 특별한 수업이 시작됐다.

돌이켜 보면, 시작할 때의 큰 포부와는 달리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병사 선생님들도 20년간 열심히 공부만 했지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은 어떻게 구성할지, 학생 눈높이에 맞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매주 고민했다. 화요일은 영어, 목요일은 수학, 날마다 과목이 달랐기 때문에 고민도 두배가 됐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군인과 선생님을 병행해야 했다는 것이다. 사회였다면 수업을 위해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했겠지만, 우선 우리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훈련하는 군인이다. 불침번을 선 다음 날도, 강한 체력단련으로 온몸이 지친 날도 우리 넷은 화촌면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을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업 구성이 알차고, 질도 높아지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열심히 따라와 주는 학생들을 보며 보람도 컸다. 학생들과 공부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감도 쌓았다. 나라도 지키고 지역도 돕는 사자여단의 팬이 됐다는 학부모님의 말씀을 들을 땐 군인으로서 자긍심도 느꼈다. 열심히 숙제하고 다음 수업을 기다릴 아이들을 생각하면 고된 날에도 힘이 났다.

군 생활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채우고 싶어 시작한 교육 봉사였다. 처음엔 내가 가진 것을 학생들에게 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학과 함께 특별한 수업이 끝난 지금 돌이켜 보니, 우리도 많은 것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경험부터 군인으로서의 자부심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교육봉사 기회를 통해 우리는 학생들과 함께한 홍천에서의 군 생활을 오래오래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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