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앉은부채 
▲ 앉은부채 

언 땅을 녹여 생명을 틔우고 참선에 드는 식물. ‘내버려 두세요’라는 꽃말처럼 스스로 세상과 맞서는 당돌함! 불염포(佛焰苞)를 두른 꽃이 부처를 쏙 빼닮아 두 손을 합장케 하는 ‘앉은부채’는 ‘부채’보다 ‘부처’라는 이름이 더 어울립니다. 부채라는 이름은 꽃 진 뒤 돌돌 말린 잎이 ‘부채’ 모양으로 퍼지기 때문이지요. 잔설 속에서 꽃을 피우는 앉은부채는 한국앉은부채, 산부채풀, 삿부채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영문명은 코리언 스컹크 캐비지(Korean skunk cabbage)입니다. 직역하면 ‘냄새나는 양배추’! 실제로 꽃에서는 고기 썩는 냄새가 납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지요.

‘앉은부채’는 그 생김새만큼이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식물 안내서를 보면 불염포(佛焰苞), 육수화서(肉穗花序), 나발(螺髮)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단어와 마주하는데 마치 불가에 귀의한 느낌이 듭니다. 불염포(佛焰苞)는 꽃을 감싸는 커다란 변형 잎을 일컫습니다. 천남성, 컬러 꽃을 떠올려 보시길. 앉은부채와 관련해서는 ‘부처의 배광’ 또는 ‘스님의 가사’라는 의미가 큽니다. ‘꽃대 주위에 수많은 잔꽃이 모여 피는 꽃차례’인 육수화서(肉穗花序)는 혈액순환을 돕는 ‘지압공’과 비슷합니다. 나발(螺髮)은 부처의 머리카락을 표현한 말입니다. 꽃 모양이 부처의 머리를 닮았다는 의미.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만 들쥐 등 초식동물에겐 이른 봄, 요긴한 양식이 됩니다. 동물의 먹잇감이니 사람들에게도 나물과 약재로 유용하게 쓰이지요. 어린잎은 묵나물로 만드는데 쓴맛이 강해 여러 번 우려 내야 합니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 잎을 구토·진정·이뇨제로 활용합니다. 물론 법제 과정을 철저히 지켜야 하지요. 특히 뿌리의 경우 독성이 강해 약으로 쓸 때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엔 식용, 약용보다 관상용으로 인기를 끕니다. 잔설을 뚫고 피는 꽃과 부채처럼 퍼지는 잎이 강한 생명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죠.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남도의 꽃소식이 분분하고 야트막한 뒷산 언저리가 연둣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우고 산괴불주머니, 현호색, 양지꽃이 가부좌를 틉니다. 잎을 틔운 앉은부채는 무리 중 백미이지요. 저 홀로 독야청청, 푸른 빛을 자랑합니다. 이즈음 사람의 간섭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지요. 내딛는 발걸음과 손놀림은 조심조심! 그저 먼 산 보듯 무심하게…. 참견이 아닌, 자연에 맡겨 두세요. 앉은부채가 건네는 말처럼 그냥 내버려두시길….

▲ 강병로 전략국장
▲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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