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퍼내기 한계 화력발전소 조사단 근본 대책 필요

강릉 남부 안인항과 남항진항 어업인들이 잇달아 어선 진출입이 어려울 정도로 모래가 퇴적된 원인 규명과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반대로 긴 길이와 너비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인접한 안인해안사구에서는 유례없이 급격히 모래가 쓸려나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래가 없어야 할 곳인 항구에는 쌓이고, 기존에 모래가 풍부해 국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해안에서는 모래가 급격히 쓸려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안인항에서는 2023년 봄부터 모래가 본격 쌓이기 시작해 올 2월에는 사람이 건너다닐 정도로 쌓여 가자미철을 맞았는데도 선박 왕래가 안 돼 조업을 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어업인들은 안인항이 축조된 이후 항구 안에 모래가 쌓여 출어를 포기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안인항과 가까운 남항진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선박이 지나다녔던 물길에 모래섬이 형성됐습니다. 남항진 어촌계 측에서는 “최근 모래 퇴적 현상이 발생한 안인항 일대와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도 같은 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안인항에서는 몇차례 모래를 퍼내긴 했으나 응급조치에 불과합니다. 남항진의 경우는 모래 퇴적 범위가 넓어 긴급 준설조차 어려워 더 막막한 상황입니다. 한편 2400여년에 걸쳐 독특한 식생과 자연을 자랑하는 풍부한 안인 해안사구는 모래가 빠르게 깎여나가면서 폭넓은 백사장은 물론 해안도로까지 훼손될 정도입니다. 모래 침식을 막기 위해 수중방파제와 육상 돌망태를 쌓는 방법으로 대응해 왔지만, 현상 유지는커녕 오히려 더 나쁜 결과로 번졌고 흉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안인항과 남항진에서 수십여년간 조업해 온 어업인들은 급격한 모래 이동과 같은 해안지형 변화 원인으로 신설 화력발전소 영향을 유력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최근 이 일대 해안 주요 변화가 다름 아닌 화력발전소 건설 및 관련 해상계류장 신설이기 때문입니다. 실상 화력발전소의 해상시설 우려는 착공 단계부터 제기됐습니다. 2019년 11월 28일 강릉시의회 산업위원회에서 안인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한 현장 행정사무조사를 벌여 부실한 해상공사 관리, 밀어붙이기식 공사 추진, 강릉시 행정의 소극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응급조치 같은 현상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관련 전문가그룹과 어업인이 합동 참여하는 조사단부터 시급히 꾸려 근본 대책에 나서야 때늦은 후회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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