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삶의 새 희망을 얻었습니다.”

양구군 남면 두무리 푸른 소양호변의 컨테이너 박스 4동.

한때 지하철역에서 전전하던 노숙자들이 푸른 숲을 가꾸며 재활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기거하고 있는 노숙자는 모두 20명.

IMF이전에는 이벤트회사와 중소기업 등에서 일하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회사의 부도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졸지에 노숙자로 전락, 서울 지하철역을 전전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지난달 양구를 찾게된 것은 산림청이 올해부터 도시지역 노숙자 고용을 위한 숲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터.

도시생활에 익숙한 노숙자들은 산골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사실이 마뜩치 않았으나 이미 생을 반쯤 포기한 상태라 자포자기 심정으로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골생활은 서서히 이들의 인생관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맑은 공기속에서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했고 이와 더불어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도 같이 살아난 것이다.

이들은 하루 3만2천원, 한달 80여만원의 임금 가운데 평균 50만∼60여만원을 저축하고 있으며 주말이면 인근 교회로 나가 종교활동을 시작하는 등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노숙자들은 휴일이면 ‘지역에 무언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쓰레기 청소 등 주변 계곡의 환경정화 활동에도 나서고 있으며 이웃 마을에서 받아들여 준다면 농촌 일손돕기에도 기꺼이 나설 계획이다.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金모씨(39·서울시 영등포구)는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지만 흙속에서 삶의 희망을 얻고 있다”며 “많은 노숙자들이 지역에서 받아줄 경우 정착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楊口/崔 勳 choiho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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