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강릉)씨 새 소설집 '새의 말을 듣다'… 10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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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출신 중견소설가 윤후명(사진) 씨가 새 소설집 '새의 말을 듣다'(문학과지성사)를 발표했다. 2005년 개정판인 '둔황의 사랑'을 제외하면, '가장 멀리 있는 나' 이후 6년 만에 묶어낸 소설집이다.
 모두 10편이 실린 이번 작품집에서도 '자아 찾기 여행'이라는 그의 고유한 문학세계와 만날 수 있다.
 표제작 '새의 말을 듣다'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영유권 분쟁이 촉발된 직후인 2005년 4월 독도를 사수하자는 슬로건 아래 시인 100여 명이 함께 모인 '시낭독예술제'에 참석했던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서울, 촛불 랩소디'에서는 복원된 청계천 주변을 따라 거닐면서 떠오른 과거의 개인사적이고 시대사적인 사건들을 서로 연결 지으면서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개인적 삶의 변모를 문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박태원 소설 '천변풍경'을 들고 청계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P문화재단으로부터 청계천을 주제로 '서울의 변모'라는 연재물을 청탁받아 글을 쓰는 중인데, 제대로 된 헝가리 수프 구야쉬(굴라쉬)를 맛볼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은 그 카페에서 창밖 청계천을 내려다보며 문득 대학시절의 여자 친구를 떠올린다. … 2005년 마침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초청받아 간 '나'는 그녀를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공식 행사 도중 무작정 헝가리 부다페스트행 표를 끊고 열차에 몸을 싣는다."('서울, 촛불 랩소디' 중)
 작가 자신으로 생각해도 좋을 주인공들은 소설 속에서 청량리발 춘천행 열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고(나비의 소녀), 때로는 친구와 함께 강원도 탄광촌 주변과 충북 땅 어딘가를 헤매기도 (의자에 관한 사랑 철학) 한다. 한편으론, 미니버스를 타고 티베트의 가파른 낭떠러지를 오르거나(구름의 향기), 서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를 찾아 가기도 한다(초원의 향기). 포장마차 주인과 두 여자와 함께 강화도에 소풍을 가기도 하고(태평양의 끝), 인생을 정리해야 한다는 착잡한 심정으로 제주도 여행길에 오르기도 한다(돌담길).
 특히 이번 작품집의 표지는 작가가 직접 그린 유화가 장식하고 있다. 그림 '새의 말을 듣다'는 독도의 동도와 서도 그리고 섬과 바다 위를 떠도는 흰 갈매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집에서 드러나고 있는 내 민족 정서의 파편들이 마치 핵심처럼 나를 들쑤신다. 이를테면 '알타이'를 내세운 우리 민족의 원류를 향한, 어찌 보면 가련한 정도의 내 천착을 나는 언제까지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요원한 것만 같아서, 나는 한숨을 내쉰다. 더군다나 오늘날 '민족'은 성큼 넘어서야 하는 관념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지만, 하지만' 하고 말하고 있다."고 전한다.
 윤후명씨는 1946년 강릉 태생으로 1969년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각각 당선되어 정식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명궁',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등이 있고, 소설집 '둔황의 사랑', '부활하는 새', '원숭이는 없다', '오늘은 내일의 젊은 날', '귤', '여우 사냥', '가장 멀리 있는 나' 등과 장편소설 '별까지 우리가', '약속 없는 세대', '협궤 열차','삼국유사 읽는 호텔' 등이 있다. 이수영 sooyou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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