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바람에

느티나무 춤을 추던 여름 날

산 능선 넘고 넘어 이른 곳

강물에는 구슬처럼 흩어져 내리는

햇살과 초록

산야 드리워져 있음에.

얼핏 허리춤 넘게 흐르는

강 양쪽 둑에는

포플러보다 키가 큰 버드나무와

빨갛게 익은 뱀 딸기 지천.

이끼에 검어진 돌을 들추면

도란도란 얼굴을 맞댄 다슬기와

전광석화를 능가하는 개리

촌스런 퉁가리가 어슬렁거리고.

그 옛날

동무들과 텀벙거리던 고향 강이기에

흐르는 속도와 깊이와

어디쯤에 무엇이 많은지 적은지.

뱃장이 센 물고기는

잡으려하는 나를 보아도

무서워하기는커녕

발꿈치 툭툭 장난을 치고.

무상한 세월을 보아 온

벼랑 바위 틈새에

아스라이 피어난

호랑무늬 참나리 꽃.

돌과 물고기와

해질녘

그들과 헤어지려 할 때

큰길까지 나와

눈물 훔치며 손을 흔들던

최수현·홍천여중 행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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