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곳에 ‘천상 화원’ 옮겨놓았을까

▲ 인제 곰배령 정상서 바라본 설악산 줄기의 모습.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인제/권재혁
완만한 원시림 가족산행 ‘적당’

축구장 3∼4배 능선 꽃밭 장관



곰배령은 남설악에 위치한 점봉산 남쪽 능선에 넓은터(嶺)를 이루고 있는 모양이 마치 곰이 하늘로 향하고 누워있는 형상에서 명명됐는데 해발 1100m고지에 펼쳐진 5만평의 평원에 계절별로 피는 각종 야생화군락들은 국내에서 생태보존이 가장 뛰어나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처럼 보이는 자연미의 극치로 관광객들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곰배령은 우리나라 유일의 원시림지역이어서 지난 87년부터 입산 통제했으나 22년만인 지난 7월 15일 생태체험 탐방로로 개방됐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를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점봉산 산림유전자원보호림 감시소가 나타난다. 이곳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면 곧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감시소 뒤쪽으로 걷기 편한 호젓한 길이 나 있는데 강선리마을로 통하는 곰배령 진입로다.

이길은 처음부터 햇빛이 들지않을 정도의 활엽수 원시림속으로 들어간다. 길은 완만하고 계곡옆을 따라 이어져 있어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선경(仙境)에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다. 최근엔 비가 많이 온 탓인지 계곡물이 많아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맑은물속에 손을 담그지 않더라도 숲속에 있는 자체가 지친 몸과 마음의 원기를 되살리는 산림욕이다.
▲ 곰배령 능선 구릉지에는 야생화가 가득하고 산림대장군과 여장군이라고 쓰여진 장승이 반긴다. 인제/권재혁

이길을 따라 40분정도 걷다보면 강선리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을 지나는 길옆에는 민박, 산나물과 장아찌 판매라는 글씨들이 써 있다.

이정표를 따라 마을을 지나면 계곡이 나타나는데 돌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곰배령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부터 정상까지 3∼4㎞내외로 1시간정도 걸린다. 길이 오솔길로 되어 있어 좁지만 가파르지 않고 원시림이 계속 이어져 있어 여름에도 시원해 걷기가 수월하다. 빽빽한 원시림밑에는 큰 고사리과 식물들이 산자락을 뒤덮고 길옆 계곡은 정상에 도착하기 200m전까지 맑은물을 쏟아내고 있다. 원시림속에서 나는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계곡 물소리는 원시자연의 합창이 된다. 이쯤되면 산행이 아니라 도보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가족단위 산행하기에 최적이다. 곰배령까지 대부분은 햇빛이 들지않는 원시림속을 걷기때문에 8월말부터는 긴팔옷을 입어야할 만큼 쌀쌀해 두터운 옷 하나쯤은 준비하는 것이 좋다.

빼곡하게 하늘을 가렸던 원시림이 서서히 걷히면 탁트인 하늘과 곰배령 능선에 펼쳐진 초원이 눈앞에 들어온다. 축구장 3∼4배크기의 넓은 구릉지에는 여러색깔의 이름모를 야생화들로 가득하고 산림대장군과 여장군이라고 쓰여진 장승이 반긴다.

야생화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하늘에는 먹구름과 흰구름, 뭉개구름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등 자연의 조화에 감탄될 뿐이다. 탁트인 전망도 일품이다. 멀리 설악산 대청봉이 보이고 사방천지가 산과 운무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서 점봉산으로 이어져 있지만 입산이 통제됐다. 주위에는 단목령과 방태산, 조침령, 아침가리, 양양양수발전소 상부댐 등 볼거리가 있다.

곰배령의 매력은 웅장하지도,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이다. 어느 누군가는 “화장하지 않은 젊은 처자의 수더분하고 맑은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곰배령은 인제군 귀둔리 곰배골마을에서 진동리 설피밭마을을 넘어가는 고개로 경사가 완만해 할머니들도 콩자루를 이고 장보러 넘어다니던 길이어서 가족단위 탐방코스로 훌륭할뿐 아니라 죽기전에 가보아야할 아름다운 산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7년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울창한 원시림과 각종 희귀 야생화들이 자생하는 자연생태계의 박물관이라는 점을 감안해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제국유림관리소는 곰배령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1일 입산자를 150명으로 제한하고 월·화요일과 산불조심기간인 2∼5월중순,11∼12월중순까지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 곰배령 오는 길

서울과 춘천에서 홍천에서 인제를 잇는 국도 44호선을 따라 인제 합강교에 다다르면 우회전해서 국도 31호선노선인 기린 현리지역으로 들어선다. 내린천 물길을 따라 18㎞쯤 진행하다 현리를 지나 좌회전해서 진동리로 접어들어 방동휴양림, 조침령터널, 양양양수발전소 등을 지나 비포장도로를 따라 2㎞정도 오르면 된다. 인제/권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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