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증명서 오류 속출… 전산화 지연 주민 불편 극심

‘멀쩡히 살아계신 부모가 사망했다(?)’

지난 6일 모친의 상해 보험금 신청을 위해 춘천의 한 주민자치센터를 찾았던 천 모(여·44)씨는 크게 놀랐다.

주민자치센터에서 발급해준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아보니 멀쩡히 살아있는 부모가 서류 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놀란 천씨가 담당 공무원에게 “무언가 잘못됐다”며 사실 확인을 하자 돌아온 대답은 오히려 “돌아가신 것이 아닙니까”라는 반문이어서 천씨는 더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살아계신 부모가 서류상 사망자로 표시된 사실을 알게 된 천씨는 이의를 제기해 뒤늦게 정상 처리를 받았지만, 가장 정확해야 할 국가 문서체계가 엉터리로 작성됐다는 사실은 물론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공무원의 말에 뒷맛이 개운하지 못했다. 천씨는 “뒤늦게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부모님은 계속 돌아가신 것으로 처리됐을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천씨와 같은 경우는 지난해 폐지된 호주제로 인해 예전 호적 대신 가족관계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시·군청에 확인 결과, 관청이 가족관계부를 새롭게 작성하면서 전산화 이전에 호주로 기재돼 있던 부모 대신 호주가 자식으로 변경됐거나 자식들의 분가로 호주가 바뀔 경우 부모가 가족관계에서 아예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천씨의 경우도 결혼으로 호주가 변경돼 가족관계증명서 상에 부모의 존재는 이름만 남고 나머지 정보는 사라져 공무원들 조차 사망한 것으로 여겼던 것.

이처럼 가족관계증명서의 오류로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각 지자체에서는 전산자료가 대법원에서 아직 전달되지 않아 개개별로 확인하지 않으면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빠른 정상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전산화 작업 순서가 전국 시·군·구를 대상으로 ‘가나다’ 순으로 진행되다 보니 춘천이나 태백, 평창, 홍천, 횡성 등과 같이 순서가 뒷 쪽으로 밀려있는 지자체에서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가족관계부로 정리하면서 일부 오류가 발생해 주민들이 놀라는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시·군에 대한 대법원의 제적부 전산화 작업이 늦어져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은 kopar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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