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풍속도 변화

“3∼4명이 돈을 모아 1돈 짜리를 사거나 아예 현금을 주고 있다”

높아진 금값으로 백일이나 돌잔치 사진 속에 손가락마다 금반지를 끼고 있는 아기들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불황 속에도 귀금속업계를 살려주었던 돌반지 3.75g(1돈)당 가격이 20만원을 넘어서면서 반지 대신 현금 봉투나 실용적인 유아용품들을 준비하는 등 선물 풍속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사촌조카의 돌잔치에 참석하는 김지형(22·강릉시)씨는 “3.75g(1돈)에 20만원이 넘는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누나와 돈을 모아도 반 돈밖에는 해주지 못할 것 같아 차라리 그냥 현금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춘천의 D금은방 주인 정종복(63)씨는 “일주일에 1∼2개씩 겨우 팔리고 있는 돌반지는 모두 할머니 등 아주 가까운 가족이 사가는 경우가 많다”며 “직장 동료나 친구들의 경우 3∼4명씩 돈을 모아 반지 1개를 사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또 계속되는 불황에 젊은 커플들마저 각종 기념일에 커플링보다는 의류나 화장품, 향수 등 보다 실용적인 선물을 건네는 경우가 많아졌다.

각 학과나 선후배 사이에 입학 및 졸업 선물들로 금 액세서리를 주고받고 있지만 이 같은 수요마저 금은방이 아닌 시내 프랜차이즈 쥬얼리숍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남자친구와 함께 춘천 시내 쥬얼리숍을 찾은 이혜영(24·강원대3년)씨는 “굳이 금이 아니더라도 값싸고 예쁜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는 젊은 감각의 보석점이 더 좋다”며 “여기도 생각보다 비싼 것 같아 다른 선물을 찾아볼까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M금은방 주인 최난홍(70·여)씨는 “순금이 필요없는 젊은이들이 쥬얼리숍에 가는 것은 취향 차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금은방의 주고객인 어르신들도 추석 등 명절이 끝나면 자녀들이 준 용돈으로 반지와 목걸이, 팔찌, 시계 등을 사러 오셨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분들도 전혀 없다”며 한숨지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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