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 조정, 강원도의 위기

최근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바람으로 강원도내 대학가에 심각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지역거점대학인 강원대까지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역사회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일련의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도내 대학들이 잇따라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되면서 해당 대학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함께 지역사회 전체가 해법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위기론’이 높아지고 있다.


   

강원도 이미지 하락으로 연결… 피해 지역 전가 우려

‘대학 변화 앞장·지역사회 관심’ 협력 모델 구축 필요



■ 도내 대학 최대 위기

강원도내 주요 대학들이 위기를 맞았다. 최근 관동대와 경동대, 세경대, 동우대 등 도내 4개 사립대학이 정부 재정지원 및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데 이어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등 두 곳의 국립대학이 하위 15%인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에 포함됐다.

특히 이번 대학평가는 부실대학 퇴출을 위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면서 해당 대학은 물론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교육당국은 이번 대학평가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실태조사와 컨설팅 등을 통해 유사학과 및 대학 간 통·폐합, 나아가서는 퇴출까지 추진하는 등 대학 구조조정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원도 대학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이번 국립대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대학은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충북대, 군산대, 부산교대 등 모두 5곳이다.

지역별로 본다면 강원 2곳, 충북 1곳, 전북 1곳, 부산 1곳 등으로 2곳이 포함된 지역은 강원도가 유일하다. 교원양성대학인 춘천교대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도내 국립대학 모두 포함된 셈이다.

사립대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교과부로부터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모두 43곳으로, 이 중 도내 대학 4곳이 포함돼 각각 5곳인 경기·부산·전북 다음으로 많았다.

모두 17곳인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에도 도내 대학 2곳이 포함돼 전북(4곳), 전남(3곳)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김화묵 강릉시번영회장은 “산업구조가 취약한 지방의 특성상 대학이 가지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 수도권 중심적 발상으로 영동권 대학 대부분을 문제있는 대학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정책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학=지역사회’ 접근 필요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는 당분간 해당 대학들의 학생 충원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는 해당 대학 졸업생들마저도 ‘부실대학 출신’이라는 오명을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세환 강원대 교수평의원회의장은 “이번 결과로 색안경을 쓰고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늘어날 것이고, 대학 지표는 하락을 반복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며 “자칫 졸업생마저도 그 피해를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강원도 전체의 이미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대학 구조조정은 해당 대학들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로 부정적 영향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자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대학인 강원대마저도 ‘부실대학’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염돈민 강원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장은 “이번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 나아가 국가적인 문제”라며 “만일 강원도내 대학 하나가 사라진다면 고용인력 부족 등 산업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대학 규모 축소 등도 그 자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지자체-지역사회 협력 시급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당 대학들은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발전적인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뒷받침되는 등 상호 협력모델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김선배 강원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춘천교대 총장)은 “우선 대학 스스로 학생 감소 등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학마다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특히 “이번 일련의 대학 구조조정은 해당 시·군 또는 강원도민 전체의 자존심이 무너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도와 각 지자체는 대학 육성을 위한 지원에 힘쓰는 등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헌



평가 지표에 지방대 없었다

인구 등 여건 무시 수도권과 같은 잣대

공급자 중심 지표 ‘교육 질’ 평가 힘들어

이번 평가에 대한 반론은 거세다. 지방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가가 진행돼 지방대학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등 이번 평가에 사용된 지표 대부분이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방대학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오고 있다. 인구가 적고, 재학생 충원과 취업이 쉽지 않은 지방의 여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수도권과 똑같은 잣대로 평가되면서 결국 지방대학들부터 퇴출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윤경호 강릉원주대 총장 직무대행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서열을 매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히 정부가 국립대간 통합을 유도할 때는 언제이고, 그에 따른 통합이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수도권과 똑같은 잣대로 평가항목을 만들어 멀쩡한 대학을 문제가 있는 대학으로 매도하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세환 강원대 교수평의원회의장은 “이번 평가의 지표는 공급자(교과부) 중심이었으며, 실제 대학 교육의 질 등을 평가하는 지표는 아니었다”며 “특히 충원율의 경우 대부분 대학들이 정원 내에서는 100%를 달성했고, 정원외 모집 등의 영향으로 100% 이상에서 대학 간 차이를 보였지만 이는 수도권 대학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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