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의 입시 학원화를 막는다고 보충수업을 금지시킨 교육당국이 사실상 이를 부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낸 고교 특기·적성교육 운영지침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논술반, CNN 청취반, 영어 독해반, 수리 탐구반, 실험 탐구반 등을 운영할 수 있다고 예시했다.

수업시간도 고3은 주 10시간, 고2는 주 5시간까지 허용하고 특기·적성교육 강사자격에 현역교사까지 포함시켰다.

보충수업 금지정책이 발표된지 2년여 만에 특기·적성교육 운영지침에 논술 영어 수학 과학 등 대입 관련과목 보충수업을 할 수있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학교·학부모 입장=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측은 사교육비 절감 등 순기능을 강조하며 보충수업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겨울방학동안 보충수업과 다름없는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한 춘천 A고 교장은 “따로 학원을 보내기 어려운 실정의 학부모들을 위해서라도 보충수업과 유사한 특기적성교육을 실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릉 B고 2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학부모 崔모씨는 “2002년 수학능력 시험때는 시험과목이 1과목이 더 느는 것으로 안다”면서 “수능 시험이 있는 한 보충수업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교육단체 입장=교육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보충수업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우선 학생들은 보충수업을 통해 편법, 탈법, 변칙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보충수업이 필요한 것이라면 교육단위 시수를 정한 교육과정을 개정해야지 교사를 ‘범법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 보충수업은 방학 동안이라도 책을 읽거나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을 가로막고 획일적인 지식 전달에 매몰돼 창의성 계발은 엄두도 못낸다는 주장이다.

특히 원하는 학생만 수업을 받는다지만 진학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모든 학생이 참여하도록 종용하고 있으며 별도의 수업료를 내야 해 서민층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사들도 정규 수업준비에 할애할 시간을 빼앗겨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원인이 되고있다.

도교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보충수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이들을 보충수업과 과외에 중독시켜 아이들 스스로 호기심을 품고 탐구해 성공의 희열을 맛보는 혼자 공부하는 법을 익힐 기회를 앗아간다는 점”이라고 보충수업 근절을 주장했다.

◇올바른 특기적성교육=근본적으로 입시경쟁과 대학서열화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특기적성교육 내용이 대학 입시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특기적성교육은 봉사활동, 학급학생활동 등과 달리 학생생활부에 기록하는 난조차 없다.

2002학년도 입시에서 학생생활부 내용이 반영돼 봉사활동 등은 ‘점수화’되지만 특기적성교육은 대학입시에서 반영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먼저 학생생활부에 특기적성교육 내용을 기재하고 외부단체에서 특기적성교육을 받아 수료증을 받으면 학생생활부에 기록하는 등 평가가 실시돼야 하며 대학은 이를 입시에서 점수화함으로써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선 교사들은 “명예교사제 등을 통해 학부모나 관련인사 등을 포함한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해 질을 높이는 것과 함께 대학을 포함한 전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을 특기적성 교육에 쏟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金基燮 kees2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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