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숲에서 ‘치유의 메카’로 재조명

숲을 치유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된다. 피톤치드와 음이온, 산소, 경관, 소리, 햇빛 등을 질병 치료 및 예방에 활용하는 것이다. ‘산림 치유’라는 개념도 정립됐다. 산림청은 “숲에 함유된 자원을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산림 치유’”라고 밝혔다. ‘휴식기능’보다는 ‘치유기능’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산림휴양과 차이가 있고 산림욕보다 한 단계 발전된 개념으로 이해된다.

 

▲ 검봉산 자연휴양림 계곡. 강원도 삼척시 검봉산 자락에 들어선 검봉산휴양림은 숲과 바다를 끼고 있는 전형적인 치유 숲이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일대를 초토화시킨 산불에서도 비껴나 더욱 유명해졌다.


산림청, 2017년까지 5000억 투입

산림치유 산업 활성화 본격 추진

전문 서비스 제공 체계 마련 과제



산림치유 본격화

‘숲을 치유자원으로 쓰겠다’. 산림청이 13일 숲을 치유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며 2017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입하는 산림치유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논의되던 산림치유 산업이 본격적인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산림청은 우선 산림치유의 정체성을 확립한 후 △산림치유 공간 확대 △치유프로그램 표준화 및 전문 인력 양성 △치유효과 규명을 위한 연구개발 △치유 관련 제도정비 등에 나설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선 단기 방문형 치유의 숲과 중·장기 체류형 산림치유시설 등 산림치유 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 산림자원을 활용한 치유공간이 늘어나면 국민의 산림치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고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범권 산림청 산림이용국장은 특히 “각 치유공간의 특성에 맞춰 표준화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산림치유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면 국민 건강증진 효과는 물론 젊은 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림치유에 활용되는 주요 성분과 관련해 산림청은 피톤치드와 음이온, 산소, 경관, 소리, 햇빛 등을 들고 각 성분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산림청은 피톤치드를 예로 들며 “피톤치드의 주성분은 테르펜(Terpene)이라는 유기화합물로서 흡입하면 심신의 쾌적감을 주며 피로회복을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산림치유 현주소

국내에서 산림치유 개념이 본격화 된 시기는 2005년이다. 이 해에 (사) 한국산림치유포럼이 설립되고, 2007년부터 산림 치유와 관련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유리화 연구원은 ‘산림치유기능 관련, 국내 여건 변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산림청 기획 연구 과제가 수행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산림 치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정책이 시작되었다”며 “국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산림 치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증폭됐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산림치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보건복지 수요의 증가. 유 연구원은 특히 만성 질환 및 환경성 질환자의 증가가 산림의 치유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혈압과 당뇨,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등이 우리나라 4대 만성 질환으로 꼽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3~2007년의 5년 동안 전체 환자는 6.3% 증가한 반면, 4대 만성 질환자는 49.7%가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산림이 만성 질환을 개선하기 위한 스트레스 해소, 운동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밝혔다.

유 연구원이 든 두 번째 이유는 국가적인 건강 증진 정책의 추진. 그는 “질병에 걸리지 않게 심신의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장소로서 산림, 즉 숲은 더할 나위 없는 자원이며 이미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다”며 “산림의 인간 건강 유지·증진의 기능 발휘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전문성 높은 서비스 제공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이유로 그는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 증가를 들었다.

유 연구원은 “보완대체의학과 산림 치유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크며, 앞으로 산림 치유의 활동과 방법, 즉 산림 요법(forest therapy)이 보완대체 요법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효과를 검증해 전문성과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의학적 접근도 눈길을 끈다.

김호철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는 ‘한의학 관점에서의 산림치유’라는 글을 통해 “한의학에서 보는 산림은 생명과 창조의 공간으로 자연을 대표한다”며 “산과 숲은 물론 빛, 공기, 토양, 암석, 물, 바람, 습기, 꽃, 동식물 등 육기와 만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림은 현대인의 오행의 균형을 회복하게 하는 효과와 병든 심신의 부조화를 회복할 수 있는 재생의 공간이다. 사람들의 체질 특징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요소들을 결합함으로써 특화된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 심신을 회복시키는 것이 한의학적 산림치유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산림치유의 대상과 관련, 유리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질병의 유무 및 진행 단계에 따라 미병자, 준환자, 환자, 요양인 등으로 구분하는 안을 제안한다”며 “산림치유의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향후 산림치유 프로그램 및 서비스의 전문화, 차별화 유도를 통해 치유의 숲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병로 선임기자


 

▲ 숲해설가 장이기(사진 오른쪽)씨가 산음휴양림을 찾은 탐방객들에게 풀 피리를 들려주고 있다.


치유의 숲 ‘산음자연휴양림’

6가지 요법 프로그램 운영

무료 숲 해설 서비스 제공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 산음자연휴양림. 해발 479m의 소리산이 품고 있는 산음휴양림은 국내 최초의 치유 숲이다.

지난 2009년부터 ‘치유의 숲’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각 프로그램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요양의 숲, 배움과 앎에 대한 욕구를 일으키는 배움의 숲, 만남의 숲 등으로 구분된다.

치유의 숲에서는 식물, 운동, 기후, 정신, 식이, 물 등 모두 6가지 요법(Therapy)이 운용되고 있다.

낙엽송과 전나무, 잣나무, 참나무, 층층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한 혼효림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무료 숲 해설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숲 해설은 성수기를 제외한 3~11월까지 주말과 공휴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열린다. 주중에도 가능하다.

산음휴양림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이기 씨는 “산음자연휴양림의 치유의 숲 프로그램이 숲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산림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숲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병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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