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승일

농학박사

최근 웰빙, 로하스(LOHAS) 등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병 및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 증진 및 질병 치유의 장소로서 산림 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숲이라는 자연이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숲에 의존하여 성장해 왔으며, 많은 문명이 숲을 바탕으로 탄생하여 발전해 왔다.

우리는 숲에 가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건강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자연이 숨 쉬는 숲으로 가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데 이것은 바로 인간의 약 3만 5천개 유전자 속에 숲으로 돌아가려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연구자들이 인간이 숲을 그리워하는 이유를 증명한 이론 바탕에는 인간이 오랫동안 생활해 온 ‘숲’이라는 환경과 차단되어 인공 환경 속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숲과 접촉함으로써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인이 도시생활 속에서 느끼고 있는 많은 스트레스를 ‘숲’ 이라는 환경이 치유해 주고 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숲’은 “생명의 숲”이요, “치유의 숲”인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산림환경에 대한 인간의 생리적 효과 연구가 일부 보도되고 있는데 숲속에 앉아서 주변 환경을 바라보거나 숲길을 걸으면 도시에서의 활동과 비교하여 각성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뇌의 활동이 억제되고, 혈압 및 심박수는 물론 스트레스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낮아진다고 하였다. 또한 숲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체가 실질적으로 이완되며, 숲속을 걸으면 면역세포의 한 종류인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의 활성도 증가하여 면역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숲의 치유 효과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는 것은 솔잎의 은은한 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톤치드의 방부 효과를 활용해 송편이 잘 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뽕나무 잎에서 나오는 흰 즙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민간요법도 피톤치드의 항균작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서 사우나를 할 때 얇은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리는 행동이나 나무 욕조를 사용하는 것도 피톤치드의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이러한 피톤치드의 다양한 효과에 대한 실험결과를 살펴보면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는 폐렴, 고열, 설사를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을 95%, 여성질염의 원인인 카디다균을 80% 살균했고, 병원감염의 원인인 항생제 내성 포도상구균(MRSA)도 50%정도 살균하는 효과가 있었다.(충북대 동물의학연구소).

또한 도시 직장인에게 일정기간 삼림욕을 하게 한 뒤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제거하는 ‘NK(Natural Killer)세포’의 활성도를 조사한 결과, 삼림욕 전 18%였던 NK세포 활성도가 첫째 날에는 21%, 둘째 날에는 26%로 증가했으며(일본 니혼의과대학), “숲에 가면 암이나 감기증상이 좋아지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무나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보내는 다양한 종류의 피톤치드와 숲의 좋은 환경이 인체의 생리적 화학반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일본 치바대학).

그 밖에도 피톤치드는 우울증은 물론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떨어트린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팀이 전기자극을 가한 흰쥐들을 소나무, 잣나무, 편백나무, 화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를 뿌린 방 안에 넣었더니 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방 안에 넣기 전에 비해 25∼70% 감소했다.

이런 치유의 숲은 어제 오늘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우리가 그 가치를 모르고 당연한 줄만 알았던 자연의 소중함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하여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선물을 가장 많이 받은 인제군에서는 숲과 지역 어메니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건강수명이 가장 높은 장수(長壽)군 뿐만 아니라, 다시 찾고싶은 고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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