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박물관 투어

강릉이 ‘박물관 도시’로 위상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도심에 임영관아가 복원되고, 객사문, 오죽헌, 경포대, 허균·허난설헌 생가 등 문화재들이 즐비한 강릉에 옛 유물과 생활용품은 물론 시계·컵 등 이색 소재를 테마로 한 박물관들이 줄지어 등장, 문화 도시의 힘을 배가시키고 있다. 인류유산 강릉 단오제 등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무형 유산에다 유형의 역사 산물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시너지 효과,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박물관 투어’는 이제 강릉의 가장 매력있는 관광·문화 아이콘이다.

 

▲ 정동진박물관의 모습은 조금은 색다르다. 시계박물관이란 테마가 어우러져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강릉/김정호


박물관투어 관광 아이콘 부상

최초 축음기 등 ‘발명품’ 전시

기차 모양 전시실 ‘시계’ 가득

‘커피’ 역사 공부 추출 체험도

동·서양 ‘컵’ 유물 수집 분류



■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발명의 왕’ 에디슨은 어떤 발명품을 만들었을까. 궁금증은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에서 풀 수 있다. 에디슨과학박물관에는 에디슨의 3대 발명품인 축음기, 전구, 영사기가 전시돼 있다.

최초의 축음기인 틴포일로부터 대표적 축음기인 엠베롤라, 오페라 등 200여종의 각종 에디슨 축음기, 500여개의 전구가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밝은 불빛을 비추고 있다.

최초의 영사기 키네토스코프를 비롯한 극장·교육·가정용 등 150여개의 영사기와 다이나모발전기와 배터리 등이 전시돼 있다. 또 에디슨이 생전 발명·개발한 일렉트릭펜과 전화기 등의 각종 생활용품 및 가전제품, 주방기기 등 200여종의 발명품도 만나볼 수 있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에는 나팔축음기와 내장형 축음기, 1920∼1980년대까지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라디오와 TV, 세계 최초의 TV 인베어드 30라인 TV, 음악감상실 등 4개의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 정동진 시계박물관

1912년 4월 15일 새벽 2시20분 영국의 호화 여객선인 타이타닉 호가 대서양에서 침몰할 당시 멈춰버린 ‘타이타닉 금장 회중시계’.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 시계를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려면 정동진 시계 박물관에 탑승하면 된다. 시계 주인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하자 보트를 타고 피신했으나 이 과정에서 주머니에 있던 회중시계를 떨어뜨렸고, 바닷물이 들어가 작동을 멈췄다. 강릉 타임스토리는 100여년의 세월이 묻어있는 타이타닉 회중시계를 미국 본햄 앤 버터필즈 경매에서 낙찰받아 세계 최초로 전시하게 됐다. 타이타닉호 금장 회중시계는 금(14K)으로 제작돼 아직까지도 녹슬지 않고 있다. 시계박물관은 객차 7량에 증기기관차 1량, 대형 해시계 1점 등으로 꾸며졌다. 객차 내부를 활용해 과학관과 역사관, 현대관 등의 테마로 전시 시설을조성, 동·서양의 다양한 시계관련 유물 130점을 선보이고 있다. 기차 칸칸이 세계 각국의 시계들로 가득하고, 중세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나열돼 있다.



■ 커피박물관

“나는 가비(커피)의 쓴 맛이 좋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 헌데 가비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지는구나”. 지난해 개봉된 영화 ‘가비’에서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이 커피를 마시며 한 말이다. 고종은 1895년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처음 맛보게 됐다. 그리고 커피의 유혹에 빠졌다. 6∼7세기 염소 치는 소년이 발견한 붉은 열매, 먹으면 힘이 나고 춤을 추게 만들었던 그 작은 열매가 아라비아 반도를 건너 유럽에서 문화가 됐다. 17세기 영국 런던의 여성 단체에서는 커피가 남성의 성 기능을 악화시킨다며 정부에 탄원을 내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는 ‘악마의 음료’로 불렸다. 커피박물관에서는 20여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모은 커피 유물들과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커피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커피 로스팅, 커피를 탄생시키는 다양한 커피 추출 기구 등 커피의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 사진 위부터 환희 컵박물관 전시물 관람, 커피박물관 전경, 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모습.



■ 환희 컵박물관

인류가 오래 전부터 가장 가까이 두고 애용하는 기물인 컵을 주제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컵 박물관이다. 35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수집한 컵 유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로마 신화의 여러 신들을 핸드메이드로 머그컵 표면에 만들어 붙인 ‘로마신화 머그컵(1848년, 이탈리아)’을 비롯 12세기 고려시대 ‘상감청자 잔과 잔대’, 19세기 티베트의 ‘두개골 컵’, 18세기 아프리카 토고의 ‘인물형 목기잔’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컵을 연대와 용도별로 분류해 그 나라, 그 지역, 그 민족의 독특한 문화·예술적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기념잔, 영국 빅토리아시대 커피잔 등 세계 유명 엔틱잔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곳이다. 박물관 내부의 일부 공간은 ‘원춘(元春) 갤러리’로 조성돼 17세기 러시아의 ‘까잔 성모’와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의 동생인 ‘푸제의 서예’, 인도의 ‘라마야나 그림’도 만나볼 수 있다. 강릉/김우열 woo96@kado.net



선사부터 조선까지 강릉 정통 역사 한눈에

오죽헌·시립박물관 / 대관령박물관

▲ 강릉 오죽헌·시립박물관 입구

최근 들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는 ‘이색 박물관’이 강릉에 대한 흥미를 자극시킨다면, ‘정통 역사 유물 박물관’은 전통문화도시 강릉의 저력과 옛 선인들의 지혜를 확인하는 필수 견학 공간이다.

강릉 박물관의 대표격인 오죽헌·시립박물관에는 ‘명안공주 관련 유물’, ‘신사임당 초충도 병’ 등 보물급을 포함한 30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연중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오죽헌 내 역사문화관과 향토민속관, 율곡기념관에는 강릉을 포함한 영동지역 선사 역사유물에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향토·생활 문화 자료와 함께 조선 성리학의 정신인 율곡 이이 선생의 유물 등 한 마디로 강릉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강릉 진입 관문인 대관령 자락의 국도변에는 고미술 수집가인 홍귀숙씨가 평생동안 모은 유물을 기초로 설립된 ‘대관령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옹관·토기 등 선사유물과 신라·고려·조선시대의 문화재급 유물까지 무려 2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강릉 선교장’도 최근 문물전시관을 개관, 300년동안 소장한 유물을 공개했다.

이 곳에는 광해군이 선대조에게 내린 말 안장과 장식, 고종 황제 하사품인 ‘궁중모란도 병풍’ 등 값을 매기기 어려운 유물이 즐비하다. 추사 김정희의 친필인 ‘홍엽산거(紅葉山居)’ 현판을 탁본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선교장 방문의 즐거움이다.

강릉에는 이 밖에도 조선시대 대표적인 문장가이자 소설가, 시인인 허균·허난설헌 남매의 생가터와 기념관을 비롯해 조선초기의 학자·문인,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의 전시관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향·예향의 주인공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장소가 넘쳐난다. 강릉/구정민 ko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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