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물버섯… 소양호 생태계 ‘괴물’인가
거대 이끼벌레 군집 급속히 번져
수족관 실험서 잉어 8일만에 폐사

 

소양강 다목적댐이 오는 10월 15일이면 준공 40년을 맞는다. 1967년 4월 15일 착공, 1973년 10월 15일 준공된 동양 최대 규모 사력(砂礫) 댐인 소양강댐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호선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3대 국책사업으로 꼽히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발전의 숨은 공로자 역할을 톡톡히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수도권 주민의 생활·공업 용수 공급과 홍수조절, 전력생산이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다한 소양강댐의 성공신화 이면에는 각종 규제로 인한 지역개발 제한과 주민들의 희생, 광범위한 생태환경 파괴 가속화 등 심각한 문제점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심화되고 있다. 소양강댐 준공 40년을 맞아 ‘소비자’인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 ‘생산자’인 강원지역 주민들이 감내해 오고 있는 문제점을 집중 조명, 소양강댐이 댐 건설 위주의 국가 치수정책에 던지는 교훈을 짚어본다.


 

▲ 춘천시 북산면 북한강 상류에 태형동물인 ‘이끼벌레’가 사람 몸통만한 크기로 자란 채 군집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다. 서영


춘천시 북산면 북한강 상류.

수심 3m 지점에서 수상한 생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담황색 생물체는 작게는 축구공만하게, 크게는 사람 몸통만한 크기로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서기가 꺼려질 정도로 혐오감을 일으키는 이 구체는 인근에서 조업하는 어민의 바지선(어선계박장)과 연결된 밧줄마다 엉켜붙은 채 마치 실에 꿰인 구슬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시야가 끝나는 지점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컴컴한 물 속에서 줄에 매달려 곡예를 하듯 흐느적 거리는 모습은 흉물스럽고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함께 탐사에 나선 강원대학교 환경연구소 김휘중 교수팀의 도움으로 가까이 다가가 확인한 결과, 이 생물체는 타원형의 해파리같은 형태를 띠며 포자를 가진 세포 수십, 수백개가 군집을 이뤄 한 몸이 된 모습이 마치 종양덩어리들을 전시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수중 탐사에 동행한 전문 다이버 임근환씨는 “수심 2∼3m 지점에 집중적으로 번식하고 있고 깊어질수록 드물게 보이다가 5∼6m 밑으로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양호에서 30년가까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장창용(춘천시 북산면 대동리)씨는 “소양강댐이 건설된 지 10년 정도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목격되기 시작했으며 당시엔 뭔 지도 몰랐다”며 “예전엔 크기도 작고 금방 사라졌는데 지금은 훨씬 커지고 11월이 돼야 사라질 정도로 생명력이 길어졌다”고 걱정했다.

장씨는 취재진에게 절대 맨 손으로 이 생명체를 만지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자주 만지면 피부가 따갑고 가려우며 물집이 생겨 고통스럽다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민들이 정체를 몰라 그냥 ‘물버섯’이라고 불렀던 이 생명체는 태형동물(Bryozoa)인 ‘이끼벌레’.

일부 어민이나 학자들 말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재조차 모르는 사이 북한강 상류 호수 속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이 태형동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호수의 오염이다.

태형동물은 수온이 높고 오염이 비교적 심한 담수호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 만큼 소양강댐 호수의 수질이 태형동물이 서식하기 적합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태형동물 번식이)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일찍 큰 것들이 바지선 주변에서까지 목격되고 있다”며 “긴 폭염으로 수온이 예년보다 올라가자 급속히 성장하고 증가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강원대 환경연구소가 2008년 춘천시의 의뢰로 실시한 ‘민물 태형동물 번성으로 인한 어류 피해조사 및 제어 방안’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당시에도 태형동물의 현존량은 북한강 상류 지역인 춘천호에 7920g/㎡, 의암호 5230g/㎡, 소양호 2520g/㎡로 광범위하게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성의 경우 최고용량(20ℓ/㎖)에서 50%의 세포독성이 관찰되는 등 상당히 유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수중탐사에서도 태형동물이 번식하는 주변에는 물고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팀 주변에 블루길 등이 시야에 들어왔으나 태형동물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아 태형동물이 댐의 수중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강원대 환경연구소가 한국수자원연구원의 협조를 얻어 실시한 독성실험 결과는 태형동물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잘 보여주고 있다.

환경연구소는 수족관 하나에는 태형동물만 넣고 수족관 2개에는 태형동물 개체수를 조정해 가며 실험용 잉어를 3마리씩 투입했다.

그 결과 수족관의 태형동물이 끊임없이 포자를 발생시켜 8일이 지나자 물고기들이 폐사하고 수질에서는 수소이온 농도(PH), 총인(TP), 암모니아성 질소(NH3-N) 등 모든 항목의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표 참조

태형동물이 죽으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독성 외에 또 다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태형동물의 개체 수를 줄이고 잉어를 3마리씩 투입한 2차 실험에서도 태형동물이 많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암모니아성 질소의 농도가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또 태형동물과 수족관에 같이 넣어 둔 잉어를 대상으로 한 ‘태형동물로 인한 물고기의 스트레스 호르몬 조사’ 결과, 잉어의 혈액샘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과 글루코스의 수치가 태형동물에 많이 노출된 잉어에서 높게 나타났다.

김휘중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소장은 “태형동물이 독성을 갖고 있고 수중 생태계를 심각히 위협할 수 있음을 입증한 국내 최초의 실험결과”라며 “태형동물의 급속한 확산은 식수원 오염, 생태계 훼손과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으며 태형동물이 분비하는 독성물질이 식수원에 다량으로 유입될 경우 향후 사회적 문제가 될 우려가 높다”고 경고했다.

이 호 leeho@kado.net


■ 태형동물 1차 독성실험

날짜 시료명 PH
(총질소)
TN
(총인)
NH3-N
(암모니아성 질소)
NO3-N
(질산성 질소)
PO4-P
(인산염 인)
PH
(수소이온 농도)
초기 태형동물+어류 7.9 1.40 0.35 0.83 0.11 N.D
8일 후 태형동물+어류 8.2 29.40 24.50 0.86 2.44 0.020


■ 태형동물 2차 독성실험 <강원대 환경연구소 제공>
 

날짜 시료명 PH TN NH3-N NO3-N TP PO4-P
초기 태형동물(3마리)+어류(3마리) 7.8 1.02 0.21 0.70 0.08 N.D
6일 후 태형동물(3마리)+어류(3마리) 7.0 16.60 4.82 10.30 1.42 0.012
10일 후 태형동물(3마리)+어류(3마리) 5.8 20.80 5.30 12.2 1.5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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